‘SLS 구명로비’ 수사… ‘형님’ 의혹 손도 못대고 ‘이국철 게이트’ 찜찜한 종결
입력 2012-02-16 19:00
검찰이 이국철(50·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의 구명로비 의혹 사건을 ‘실패한 로비’로 결론짓고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하지만 보좌관이 수억원의 거액을 받아 구속된 새누리당 이상득 의원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둘러 수사를 종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이 밝혀낸 내용=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심재돈)는 16일 이 회장을 포함, 신재민(54)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47)씨, 문환철(43) 대영로직스 대표, 대구지역 사업가 이치화(56)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윤성기 새누리당 중앙위원 등 2명을 기소중지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이 회장 폭로로 시작된 SLS그룹 구명로비 수사가 5개월 만에 종결됐다.
이 회장은 비망록에서 정권 실세에게 구명 로비를 하기 위해 대영로직스 문 대표에게 60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SLS법인 계좌와 이 회장 본인, 주변인 계좌를 추적한 결과 이 회장 측에서 현금으로 조성된 자금은 4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이 회장 누나가 지인에게 5억원, 이 회장이 사업가 이치화씨에게 5억원을 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30여억원은 대영로직스 문 대표에게 건너갔는데 이 중 박 전 보좌관에게 흘러간 돈이 6억5000만원, 문 대표 자신이 개인적으로 쓴 돈이 7억여원이다. 나머지는 대영로직스 운영자금으로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보좌관은 자신이 받은 돈의 대부분을 개인 주식투자와 부동산 구입 등에 쓴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박 전 보좌관의 계좌를 추적하던 중 이 의원실 여직원 임모(44)씨 개인계좌로 출처불명의 7억원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이 의원은 “모두 내 개인자금”이라고 소명했다. 검찰은 별도로 자금 출처 조사를 벌이겠다고 했지만 이 의원 소환조사에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밝혀지지 않은 의혹=검찰은 이 회장이 사업가 김모씨에게 2억원을 주고 검사장급 인사에게 구명 로비를 하게 했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이 회장이 주장하는 시간과 장소 등 사실관계가 맞지 않고 근거자료도 없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지만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SLS그룹 워크아웃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문제가 없다며 내사종결했다. 이 회장은 2009년 창원지검 수사 이후 산업은행이 대출을 중단해 그룹이 자금경색에 빠졌고 산업은행 측이 대주주인 자신의 동의 없이 워크아웃 절차에 착수했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검찰은 창원지검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SLS그룹은 심각한 자금경색 상태에 빠져 있었고 산업은행의 신규 대출 중단 역시 워크아웃 돌입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또 SLS조선의 전신인 신아조선 대표 유수언씨가 참여정부 시절 실세의 도움으로 SLS조선을 다시 빼앗으려 했다는 이 회장의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