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시진핑에 “외교·인권 정책 유감” 공세

입력 2012-02-16 19:13

미국 방문 3일째인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은 15일(현지시간) 의회를 방문, 존 베이너 하원의장(공화),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시 부주석은 미 의회로부터 중국의 외교와 인권 문제에 대한 ‘불편한’ 소리를 들었다.

베이너 의장은 시 부주석에게 중국이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결의안 채택을 거부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특히 베이너 의장 측은 중국 인권변호사로서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가오즈성의 투옥 사태에 항의하는 서한을 전달, 한때 어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리드 원내대표를 만났을 때는 의례적인 덕담조차 나누지 않을 정도의 싸늘한 순간도 있었다.

시 부주석의 의회 방문과 때를 맞춰, 일리애나 로스 레티넌 하원 외교위원장은 “(미국이) 책임 있는 국가라면 인권문제가 있는 중국 정권에 맞서야 한다”는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레티넌 위원장은 “특히 2009년부터 고초를 겪고 있는 인권변호사 가오즈성의 석방을 요구해야 하며, 전략적 동맹관계와 군사문제에 대해서도 당당히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의회는 중국의 인권, 위안화 저평가나 무역 불균형 문제 등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이 같은 의회 분위기를 감안한 듯 시 부주석은 의회 방문을 마친 뒤 가진 경제계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중·미 관계가 중단되거나 거꾸로 흘러서는 안 된다. 두 나라가 멈추지 않는 강물처럼 계속 앞으로 나가야 한다”고 발전적 관계만을 강조했다.

시 부주석은 이날 오후 워싱턴DC 일정을 마치고 27년 전 자신이 정딩현 당서기로서 축산대표단을 이끌고 방문했던 아이오와주의 머스카틴을 찾았다. 이 조그만 시골마을의 입구에는 방문 환영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렸고, 방문기념 특별 메뉴를 마련한 음식점이 생겨날 정도로 축제분위기였다고 지역 언론들은 전했다.

시 부주석의 아이오와 방문과 때를 맞춰 갑자기 시카고 곡물시장에서 콩값이 폭등하는 현상도 발생했다. 중국 곡물회사들이 방문 선물로 ‘싹쓸이 콩 구매’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시진핑 랠리’라고 불렀다.

중국 회사들은 이날만 862만t의 콩 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추가분까지 합하면 모두 6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