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순만] 베두윈 族

입력 2012-02-16 18:11

구약성경 성지 여행에서 대표적 성지로 꼽는 두개의 산이 있다. 이집트 시나이반도의 시내산(호렙산)과 요르단 남부 마다바 평야의 느보산이다. 시내산은 모세가 여호와로부터 십계를 받았다고 하는 신비로운 산. 느보산은 이집트를 탈출한 모세가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다 120세에 숨졌다고 하는 비극적인 산이다.

해발 780m의 느보산에 올라 모세는 27㎞ 전방에 펼쳐져 있는 가나안땅을 바라보며 “부디 저도 건너가게 해주십시오. 요르단강 건너 저 아름다운 땅, 저 풍요한 산과 레바논을 보게 해 주십시오”하고 간청한다. 그러나 여호와는 “너는 이 이상 더 바랄 것이 없다. 또다시 이 일로 나에게 간청하지 마라”고 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구약성경에서 최고로 극적인 부분이다.

해발 2250m의 시내산은 붉은 색과 회색 화강암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채를 자랑하는 경이로운 산이다. 이 산 입구에는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서기 330년에 세운 작은 교회당이 모태가 된 성 캐더린 수도원이 있다. 지금은 전 세계의 여행자들이 찾는 곳이지만 과거 1500년 동안 찾아온 사람이 1만 명이 채 되지 않을 만큼 엄격히 제한된 은수사(隱修士)들의 기도처이자 시내산 입산 허가를 하던 곳이었다.

지난 10일 시나이 반도를 지나던 한국의 성지순례단이 캐더린 수도원에서 약 30㎞ 떨어진 지점에서 베두윈 무장세력에 납치됐다 29시간 만에 풀려났다. 국경 없는 유목민들을 뜻하는 ‘노마드(nomad)’가 디지털 세상의 유행어가 됐지만, 베두윈들은 경찰이 호위하는 여행버스를 납치할 만큼 세력화돼가고 있는 것이다.

사막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하나는 오아시스를 차지한 사람들, 다른 하나는 오아시스 멀리에서 텐트를 치고 살아가는 베두윈 족이다. 베두윈들은 부패와 타락으로 연결된다며 정착된 삶을 경멸한다. 침묵과 밤하늘의 별을 사랑하는 그들은 찾아오는 손님을 최소한 사흘간 환대하는 규범을 갖고 있다. “사막에서는 남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 이게 베두윈들의 전통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꽤나 호전적이다.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에 나오는 베두윈 부족장 아우다 아부 타이처럼 단검을 날려 달리는 적의 아킬레스건을 끊을 수 있는 사람들이 베두윈 전사다. 그들의 망에 포착되면 누구도 탈출할 수 없다. 이집트 요르단 광야지대의 성지순례에 경호를 강화해야 한다.

임순만 수석논설위원 s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