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솜방망이 처분으로 토착비리 키울 셈인가
입력 2012-02-16 17:49
퇴직자 단체와 퇴직자가 대표로 있는 무실적 업체에 수십억원대 용역을 부당하게 주는 등 특혜를 제공한 국립공단과 지방계약법을 어기고 지방의원 가족이 소유한 기업에 일감을 몰아준 지방자치단체들이 감사원에 적발됐다. 이로써 정실주의와 지자체-지방의원이 유착하는 지방의 토착 비리가 여전히 횡행하고 있음이 또 다시 드러났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모두 ‘주의’ 처분을 내리는데 그쳤다. 이런 전근대적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감사원에 따르면 국립공원관리공단은 공단 퇴직자 단체인 ㈔국립공원국공회 및 공단 감사 출신이 회장으로 있는 A협회와 42억여원 규모(3년)의 국립공원 청소위탁관리 용역계약을 맺으면서 국공회에 유리한 평가항목을 넣고 배점도 높였다. 또 청소용역 실적이 없는 A협회가 실적이 많은 다른 업체들보다 불리하지 않도록 실적 기준을 만드는 등 부당한 특혜를 줬다. 게다가 규정상 수의계약을 할 수 없는 북한산 둘레길 운영 위탁관리도 수의계약(6억3000여만원)으로 A협회에 맡겼다.
그런가하면 충남도와 경기도 포천시 등 8개 지자체는 지방의원 가족들이 소유한 기업과 6000여만원에서 10억3500만원까지 모두 24억3000만원 규모의 부당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는 지방의원 가족이 50% 이상 지분을 갖고 있거나 대표를 맡고 있는 기업과는 수의계약을 할 수 없다는 지방계약법을 어긴 것이다. 이처럼 국립공단과 지자체들이 전근대적 비리를 저지른 이유는 명백하다. 공단의 경우 정실에 따른 ‘과거 제 식구 감싸기’에 더해 현직 직원들의 퇴직 이후에도 대비한 일종의 ‘길 닦기’다.
또 지자체들이 지방의원 가족 기업과 부당거래를 한 것도 지자체를 견제·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오히려 지자체와 한통속이 됐다는 항간의 불만을 뒷받침한다. 이래놓고 ‘공정사회’를 되뇌어봐야 어불성설이고 구두선일 뿐이다. 감사원은 건당 계약액수가 작다거나 불법 수의계약 과정에서 직원들이 대가를 받는 등 연관성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지만 그렇게 어물쩍 넘어가서는 백년하청이다. 단호한 처벌로 비리를 끝장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