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심경욱] 북한 최고의 적은 한반도 기후변화
입력 2012-02-16 17:50
지난 연말 김정일 급사로 새해 벽두부터 김정은이 이끌 북한의 연착륙 여부가 관심사가 되었다. 마침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국제사회가 중동에 집중하고 있어 김정은은 내부 권력기반 강화에 전념할 수 있는 여유를 얻었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의 존속을 위협하는 적은 한국이나 한·미동맹이 아니라 놀랍게도 언제 불어 닥칠지 모르는 기상이변일 수 있다. 지난 50년의 기상 통계는 한반도가 전 세계 기후변화 추이를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의 그 변화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저개발 국가들이나 개발독재 국가들에 사회변환을 강요하고 있다. 2010년 지진 잿더미에서 일어선 아이티는 사상 최초로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수개월 가뭄을 겪은 세계 4대 밀 생산국 러시아의 2010년도 수출 통제는 이듬해 봄 튀니지에서 일어난 재스민혁명의 불씨가 되었다.
UN이 ‘국제기후 위험지수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자연재해 위험이 세계 두 번째로 크다고 발표한 것이 몇 해 전 일이다. 실제로 북한은 1990년대 이후 거의 매년 자연재해를 입었다. 김일성이 숨진 1994년의 대홍수는 ‘고난의 행군’의 직접적 배경이었다. 1990년대 중후반 3년간 연속된 자연재해는 수백만 명의 아사로 이어졌다. 2007년에도 폭우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북한 사회의 폐쇄성과 낙후된 인프라는 해를 더할수록 심각한 상황을 예고한다. 민둥산을 일군 경작지들은 가뭄이나 홍수에 민감하며, 비료의 만성적 부족은 수확량을 떨어뜨리고 있다. 각 지방이나 마을, 주민 개개인이 재해 가능성에 제때 대비하기도 어렵다. 임박한 기상이변에 대해 피해를 줄일 방책을 만들어내는 중앙정부의 능력이 부족하거니와 정확한 정보를 제때 공유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각종 통계를 근거로 북한 전 국토의 35%를 대규모 재난 우려 지역으로 분류하였다. 여기에는 산림 훼손이 많은 황해북도와 황해남도, 심지어 평양과 남포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는 홍수나 태풍 재해가 김정은 지도력으로선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전망은 이상기후 현상이 북한지역에 엄청난 인명과 자산 피해를 끼치는 데서 머물지 않고, 한국의 미래에까지도 막대한 영향을 입힐 수 있는 안보 현안임을 말해준다.
최근 한반도에서 슈퍼태풍이나 극한홍수가 그 발생 강도와 빈도를 더해 가고 있다. 일일 강우량과 낙뢰량까지도 해마다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통일기금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여전하다.
그런데 통일기금을 모으는 것으로 만족하기엔 이미 시간이 늦은 건 아닐까? 이동발전기와 담수화 시설을 장착한 바지선들을 서둘러 건조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심경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