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방 갈등 극한 치달을 가능성…핵개발 장치 자체 제작 능력 과시 안팎
입력 2012-02-16 00:47
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으로 높아가고 있는 국제적인 긴장이 이란의 한 차원 높은 강공으로 극한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이 15일 하루 동안 잇따라 취한 조치와 위협들은 미국 등 서방세계에 대항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 착착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개발 능력 대외 과시=이란 국영TV가 보도한 내용의 골자는 국내에서 자체 생산된 제4세대 원심분리기를 통해 우라늄 농축속도와 생산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알리 바게리 이란 국가안보위원회 부위원장은 러시아 노보스티 통신에 “서방국들이 우라늄 농축을 도와주지 않기 때문에 20% 우라늄 농축을 시작하게 됐다”며 미국 등 서방국들을 비난했다. 이는 핵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종전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란이 핵개발 장치를 자체 개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제사회는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또 4세대 원심분리기 20%의 우라늄 농축이 가능하다는 것은 이란 측이 겉으로는 평화적 이용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당장 무기로 전용할 수 있는 고농축우라늄(HEU)까지 가는 것은 시간문제임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최소 3~4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원료를 보유중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이번 발표는 지난해 11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무기 기폭장치 개발 및 모의 핵실험 의혹을 폭로한 것을 비웃는 조치로 해석된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날 보란 듯이 국영TV에 나와 ‘우라늄이 20% 농축된’ 핵연료봉을 테헤란 핵연구소의 원자로에 장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장면은 지난해 이란 정부가 예고했던 이벤트를 실제로 시현함으로써 대외에 핵개발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철저한 보복” 다짐, 행동으로=이란이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6개국을 ‘꼭’ 집어 석유수출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겠다는 뜻을 서방에 강조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란은 지난달부터 원유수입 중단이란 제재에 맞서 먼저 수출을 끊겠다고 단언해 왔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테러의혹도 마찬가지다. 이란 측은 테헤란에서 발생한 핵과학자 피살을 이스라엘의 소행으로 보고 미국 등 북미를 비롯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이스라엘인과 이스라엘 공관을 보복 대상으로 삼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공언도 실행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지난 13일 인도와 조지아(그루지야)에 이어 14일 이란 국적으로 추정되는 용의자 3명이 14일 태국의 수도 방콕 도심에서 3차례 폭발 사고를 일으켰다. 이 사고로 5명이 부상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방콕 폭발 사고로 이란이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입증됐다면서 폭탄 사고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하지만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성명에서 “이스라엘이 이란과 태국 간 우호적이고 역사적인 관계를 해치려 한다”며 “(오히려) 이스라엘 시오니스트 정권이 이번 테러와 연계돼 있다”고 관련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