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 보길도서 달 구경하던 거북바위 찾았다
입력 2012-02-15 19:41
‘어부사시사’로 유명한 조선 중기 문신 고산(孤山) 윤선도(1587∼1671)는 1636년 병자호란 때 의병을 이끌고 강화도로 갔다. 그러나 청나라와 화의를 맺었다는 소식을 듣고 제주도로 항해하다 풍랑을 만나 지금의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서 은거했다.
그가 남긴 ‘고산유고(孤山遺稿)’에는 보길도 낙서재(樂書齋) 옆 달을 구경하는 장소로 구암(龜巖·거북바위)이 있었다고 기록됐다. 하지만 이 바위는 고산의 손자 윤이관이 이곳 건물을 개축하면서 땅에 묻혔다는 것과 고산의 5대손인 윤위가 1748년에 쓴 ‘보길도지(甫吉島識)’에 낙서재·소은병(小隱屛)과 같은 축을 이루고 있었다는 기록을 끝으로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
국립문화재연구소는 그동안 3차례 발굴조사에서도 찾지 못한 거북바위를 윤선도가 머물렀던 원림(園林·명승 제34호)에 대한 학술조사 중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260여년 만에 거북바위 실물(사진)이 드러난 것이다. 낙서재 남쪽 14.6m 부근에 묻혀 있던 이 바위는 문헌상 위치와 일치한다는 점에서 고산이 달을 감상하던 완월(玩月) 장소가 틀림없다고 연구소 측은 말했다.
길이 360㎝, 너비 270㎝, 높이 95㎝의 화강암인 이 바위의 서쪽 삼각형 모서리는 거북의 머리 부분에 해당하고 머리 뒤 양쪽에는 홈이 있어 거북의 등판 형태를 띠며 남동쪽 돌출부는 꼬리 모양과 흡사하다. 연구소는 이 바위에 대한 전문가 학술조사를 거쳐 낙서재 복원사업에 활용키로 했다. 조사가 끝나는 내년에는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