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편지 주고받다 결실… 베트남-북한 ‘국경 넘은 사랑’
입력 2012-02-15 19:40
그들의 사랑은 국경도 세월도 막지 못했다.
영국 BBC 방송은 14일(현지시간)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국경을 뛰어넘어 30년 만에 사랑의 결실을 맺은 북한 여성 이영희씨와 베트남 남성 팜 녹 칸씨의 사연을 소개했다.
지난 1971년, 당시 23세의 청년 칸씨는 평양으로 유학을 갔다가 한 살 위인 이씨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1년6개월 동안 연애를 했지만, 남자는 2년 뒤 혼자 고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베트남 정부가 국제결혼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두 사람은 30여년간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이어갔다. 칸씨는 운동팀의 통역원으로 북한을 여러 차례 다시 찾아 이씨와 만나곤 했다. 칸씨는 또 북한 정권이 주민들과 외국인 간의 접촉을 금지하자 베트남 주재 북한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는 등 이씨와 재회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씨가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다거나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칸씨를 단념시키려 했다. 그러나 그는 당국의 말을 믿지 않았다. 여자의 편지는 끊겼지만 남자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2001년, 베트남 정치권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은 칸씨는 베트남 대통령과 외무장관에게 자신의 사연을 전하는 편지를 썼고, 몇 달 후 마침내 북한 당국으로부터 이씨와의 결혼을 허가받게 됐다. 두 사람은 2002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그곳에서 함께 살고 있다. 결혼 당시 이씨는 55세, 칸씨는 54세였다.
BBC는 이제 60대가 된 이들 부부가 하노이 시내에서 함께 자전거를 타거나 손을 잡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서 부부의 사진을 소개했다.
이씨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헤어질 때 다시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을 돌이키지 못했는데, 그는 30년 동안 결혼도 안 하고 나에게 편지를 썼다”고 회고했다. 칸은 BBC에 “아내에 대한 내 감정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똑같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