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장 왕따 보복”… 엽총 난사 3명 사상 ‘충격’

입력 2012-02-15 22:13


종전 직장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30대 남성이 이를 앙갚음한다며 가해 동료직원들을 찾아가 엽총을 난사,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15일 오전 9시40분쯤 충남 서산시 수석동 농공단지 내 자동차시트 제조공장인 D산업 건물 옆 공터에서 이 공장 전 직원 성모(31)씨가 무쏘 승용차에 탄 채 공장근무자들에게 엽총탄 50여발을 발사했다. 가슴에 탄환을 맞은 직원 최모(38)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임모(30) 문모(56)씨가 가슴과 팔 등을 크게 다쳤다.

이날 사건 발생부터 범인이 붙잡힐 때까지 50여분 동안은 마치 한 편의 서부영화를 방불케 했다.

범인 성씨는 이날 오전 9시쯤 총기를 보관하고 있던 충남 당진시 당진경찰서 중앙지구대를 찾아 “제천으로 수렵을 하러 간다”고 말한 뒤 지구대에 보관 중인 엽총을 인수받았다. 엽총은 멧돼지 고라니 사냥용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총신이 1m가량이고 성씨 소유로 등록돼 있었다.

성씨는 아버지 소유의 무쏘 승용차를 타고 3년 전 자신이 다녔던 서산시 수석동 농공단지 내 한 공장의 공터를 찾아 차량을 주차했다. 이어 작업 준비를 하며 오가는 직원 6명을 향해 10여발을 조준 사격했고, 이후 모두 50여발을 마구 쐈다.

현장에 있던 직원 정모씨는 “지게차를 운전해 화물을 내리고 싣는 작업을 하는데 갑자기 ‘빵’ 하는 폭발음이 들려 돌아보니 직원 1명이 피를 흘린 채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성씨는 범행 후 공장에서 가까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IC를 거쳐 서울 방향 상행선을 타고 달아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오전 9시45분 강력팀 형사 전원을 현장에 투입했고, 오전 9시51분 범행 차량이 서산IC를 통과한 사실을 CCTV로 확인한 뒤 추격에 나섰다.

추격 10여분 후 당진IC 부근에서 범행차량을 따라잡은 경찰은 고속도로순찰대와 공조해 모두 5대의 차량으로 20㎞가량 추격전을 벌였다. 서해대교를 50m 지난 지점에서 승합차로 성씨의 승용차 옆 부분을 들이받아 멈춰 서게 했다. 경찰은 성씨에게 전기총(테이저건)을 발사해 오전 10시32분 범인을 검거했다. 성씨는 붙잡히기 바로 직전 미리 준비한 묽은 농약 1ℓ의 절반을 마셨다. 그러나 경찰이 병원으로 급히 옮겨 위세척 등을 받게 해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성씨의 차량에서는 엽총 탄환 258발과 붙잡힐 경우 사용하기 위해 준비한 것으로 추정되는 휘발유가 담긴 페트병 3개가 발견됐다.

성씨는 붙잡힌 직후 범행 동기에 대해 “공장에 다니던 시절 직원들이 나를 괴롭혀서 보복하기 위해 총을 쐈다”고 진술했다.

서산=정재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