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대표취임 한달 회견서 드러난 전략변화… FTA는 쏙 뺀 채 “MB失政 박근혜도 책임” 맹공

입력 2012-02-15 21:45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한데 묶어라.’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15일 취임 후 한 달 만에 가진 첫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공세수위를 한껏 높이며 두 사람이 한 배에 탔음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13일부터 연 3일째 대통령을 강력 비판해온 한 대표가 박 위원장을 끌어들인 것은 처음이다. 총선을 맞아 박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이날 정당대표 연설에서 “저와 새누리당은 잘못된 과거와 깨끗이 단절하고 성큼성큼 미래로 나가겠다”며 MB정부와 거리를 둘 것임을 분명히 했다. 사실 민주당은 ‘박근혜 새누리당’이 현 정권 실정(失政) 책임을 이 대통령과 청와대로 떠넘기는 것을 우려해 왔다. 당명 변경과 정강·정책 개정을 계기로 ‘박근혜당’으로 거듭나는 데 성공한다면 선거 정국에서 대여공세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서다. 한 대표는 기자회견문 작성에 참여한 박영선 최고위원과 임종석 사무총장,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 등으로부터 이에 대한 조언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이 대통령 못지않게 박 위원장에 대한 공세 강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표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위원장 공동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이 대통령의 실정을 수수방관한 인물로 박 위원장을 지목했다. 그는 난폭 음주운전 차량의 운전자를 이 대통령으로 비유하면서 박 위원장은 “조수석에 탄 채 보고도 못 본 척했다”고 비난했다. 한 대표는 “국민의 신뢰를 잃은 현 정부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식물 정부”라면서 “따라서 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실현, 보편적 복지 확충 등 5대 경제비전으로 총선에 임해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을 심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 대표는 또 “전 여당 대표이며 국회 수장이던 박희태 돈 봉투 사건은 권력을 통해 범죄 사실을 은닉하려 한 ‘청와대발 범죄은닉’”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에 관련된 인물에 대해 직함이나 존칭까지 생략하고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이와 함께 “이명박 새누리당 정권은 국민성공시대를 열겠다 했지만 거짓말이자 헛공약이었다. 대통령 잘못 뽑아 5년이 힘들었지만 파헤쳐 망가진 4대강은 100년, 200년을 아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는 회견문에 단 한 줄도 포함시키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청와대까지 나서 한·미 FTA 폐기를 주장하는 야당을 공격함에 따라 이 문제로 맞대결하는 게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이에 대해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은 공식 논평을 통해 “세계적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부에 대해 야당이 정치공세를 펴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정부는 야당과 소모적인 정쟁을 할 여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민주당은 특수부 검사 출신 유재만(49) 변호사를 영입했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낸 유 변호사는 2005년 청계천 사업 관련 비리 수사를 벌여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측근인 양윤재 부시장을 구속기소했다. 임종석 사무총장은 “김두관 경남지사가 16일 입당하며, 박원순 서울시장도 다음주 입당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