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은행들은 얌체?… 기업대출 크게 줄이고 고금리 가계대출 치중
입력 2012-02-15 19:00
국내 외국계 은행들이 기업의 자금 조달 기능을 철저히 외면한 채 가계대출에만 치중해 손쉬운 돈벌이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18개 전체 은행의 기업대출은 585조4973억원(54.8%), 가계대출은 452조4628억원(42.3%)로 기업대출 비중이 컸다. 이는 공공 및 기타 영역 대출(2.9%)을 제외한 수치다.
하지만 이 중 3개 외국계 은행은 가계대출 비중이 오히려 훨씬 많았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외환은행, 씨티은행의 기업대출은 41조2335억원인 반면 가계대출은 61조3052억원이었다.
가계대출이 50% 정도 더 많은 것으로, 대부분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을 은행에 의존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외국계 은행은 이런 기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3개 외국계 은행은 유럽 재정위기로 중소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웠던 지난해 하반기에 특히 기업대출을 크게 줄였다. 이들의 기업대출 실적은 지난해 9월 말 42조6411억원에서 3개월 만에 1조4076억원이나 줄어들었다.
외국계로 전환되기 전에는 이들 은행도 기업대출이 많았다. 미국 사모펀드가 2000년 초 한국SC은행의 전신인 제일은행을 인수할 당시 이 은행의 기업대출(5조3000억원)은 지금과 반대로 가계대출(1조7000억원)의 세 배가 넘었다.
2004년 씨티은행과 통합되기 전 한미은행의 기업대출(10조7000억원) 규모도 가계대출(8조8000억원)보다 더 컸다. 외환은행도 2002년 론스타에 인수되기 전 기업대출 시장점유율이 5.7%에 달했지만 4.1%로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대출 금리는 외국계 은행이 일반적으로 토종 은행보다 더 높다. 금융소비자연맹은 “선진금융을 도입한다던 외국계 은행들이 결국 손쉬운 가계대출에 치중하고 대출금리만 올렸다”고 비난했다.
오종석 기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