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재건축 절반 소형으로 지어야” 파장… 개포지구 “사업 접을 판” 반발 ‘부동산 시장 대란’
입력 2012-02-15 18:59
주택정책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시와 국토해양부가 사안마다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어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시는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개포 재건축지구에 전용 60㎡ 이하 소형을 전체 가구 수의 절반 이상 확보할 것을 지시하는 등 재건축 사업의 소형 의무비율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과도한 소형 의무비율을 강제하는 것은 재건축 사업을 통한 주택공급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 대혼란=서울시의 소형 의무비율 강화 방침에 개포지구 재건축 조합들은 긴급회의를 여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개포주공2단지 이영수 조합장은 “기존 법 규정에 따라 정해놓은 방향이 있는데 시장이 바뀌었다고 자신의 공약에 맞추라며 밀어붙이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주공4단지 장덕환 추진위원장도 “일반분양 물량도 39㎡를 지으라고 하는데 12평에서 누가 살라는 것이냐”고 발끈했다. 개포지구는 11∼15평의 소형 주택 위주로 구성돼 있다. 주민들은 재건축이 되면 85㎡ 정도의 중형 아파트에 입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주민들은 신축가구의 절반 정도가 60㎡ 이하로 지어지면 원하는 평형대가 줄어들고, 가격이 하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조합 관계자들은 전했다.
개포동 J공인 관계자는 “서울시 요구대로 절반을 소형으로 지으면 재건축 사업을 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시내 다른 재건축 단지 중 소형 의무비율을 받아들이겠다는 곳도 있다.
고령의 2인 인구가 많은 잠실5단지의 재건축 추진위원회는 소형 의무비율 상향은 문제가 없고 용적률을 늘릴 수 있는 용도지역 변경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국민주택 규모 축소 반대=국토부는 85㎡인 국민주택 규모를 65㎡로 축소 조정하자는 서울시의 제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 박상우 주택정책실장은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 시장이 건의했지만 이미 수용할 수 없다고 판단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85㎡는 오랫동안 국민주택 규모로 인식돼 온 만큼 국민정서를 고려해야 하고 각종 세제의 기준과도 연계돼 있다”며 “지금도 60㎡ 이하 정부지원 대출은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있어 기금운영을 통해 지원하면 되는 사항이어서 국민주택 규모를 하향조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갈등으로 주택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팀장은 “서민 주거복지 대책을 전면으로 내세운 이상적인 모델이긴 하지만 중앙 정부와 사전에 충분한 조율과 커뮤니케이션, 시민 의견수렴을 거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허윤경 연구위원은 “서울시가 최근 여러 발표를 하고 있는데 국토해양부와 의견이 다르다 보니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 몰라 시장 참여자들이 의사결정을 하기 쉽지 않다”며 “통일된 정책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