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스포츠 경기조작 파문] 불법 스포츠 도박사이트 국내 1000여곳 성업… 베팅 제한없어 ‘솔깃’

입력 2012-02-15 19:05

프로스포츠 승부조작 사건 파장이 국내 4대 프로스포츠(축구, 야구, 배구, 농구)로 번지면서 승부조작의 온상으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지목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다양한 베팅 방법과 제한 없는 베팅 등으로 직장인들은 물론 대학생들에게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스포츠도박 사이트, 조(兆)단위 시장규모=현재 국내에서 공식적인 스포츠토토 복권을 발행하는 곳은 ㈜스포츠토토뿐이다. 국내외 축구, 야구 등 스포츠 경기 중 2∼10개 경기를 골라 승패를 맞히거나 점수를 예측해 배당받는다. 하지만 스포츠토토는 베팅액이 10만원으로 제한돼 있고 베팅 방법도 많지 않다.

이 때문에 베팅 제한이 없고 베팅 방법도 훨씬 다양한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가 번창하고 있다. 도박 사이트 내에서 축구 베팅 방법은 사실상 90% 이상이 승무패 방식이다. 점수차이 방식, 반칙 방식(첫 반칙 선수) 등 다른 4∼5가지 방식도 있다. 야구는 사설사이트에서 베팅 방식이 가장 다양하다. 선취볼넷 방식, 파울볼 방식 등 16가지가 넘는다. 배구와 농구도 10개가 넘는 베팅 방식이 있다.

지난해 6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불법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1000여개나 된다. 사이트 1개당 125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스포츠도박 사이트 시장 규모는 11조9258억∼12조7400억원이다.

◇근절 어려운 도박 사이트들=도박사이트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등록을 하지 않고도 휴대전화와 계좌번호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가입해 베팅할 수 있다. 불법 사이트 특성상 자주 주소가 바뀌고 이용자들에겐 휴대전화 메시지, SNS 등을 통해 새 주소를 알려준다.

또한 사행심을 자극하는 베팅 방식과 높은 배당률에 많은 사람들이 끌리고 있다. 공식 스포츠토토가 국내 스포츠와 해외 인기리그를 대상으로 하는 데 반해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사실상 전 세계 스포츠 경기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축구 리그를 비롯해 아이스하키, 탁구, e-스포츠 모두 베팅 대상이다. 스포츠도박 사이트는 배당률이 높다. 스포츠토토의 경우 전체 발매금액의 약 27%를 수익금으로 조성해 국내 스포츠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각종 사업에 사용한다. 하지만 스포츠도박 사이트들은 기금 조성 의무가 없어 스포츠토토에 비해 배당률이 높다.

정부는 이 같은 스포츠도박 사이트에 대한 엄정 단속 방침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치고 빠지기 식’ 사이트 개설과 철저한 보안 유지 등으로 단속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