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과거와의 단절’ 선언… “이대론 승리 장담 못해” 공천 개혁 속도 낼 가능성

입력 2012-02-15 18:56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과거와의 깨끗한 단절’을 선언함에 따라 공천 개혁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주장하는 야당을 강하게 공격하면서 박 위원장과 보조를 맞췄음에도 더 이상 현 정권과 같이 가서는 4·11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친박근혜계 최다선인 홍사덕 의원의 공천신청 포기와 맞물려 그간 수면 아래로 잠복했던 물갈이 바람이 거세게 불 것이라는 예상이다.

끊임없이 거론만 돼온 ‘자기 희생론’이 홍 의원을 신호탄으로 속속 구체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강재섭 전 대표에 이어 수도권의 다른 중진 의원도 불출마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 거취를 고민 중인 중진들이 몇 명 더 있다는 전언이다.

한 핵심 당직자는 “홍 의원 결정이 공천 정국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누구라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중진들이 여러 형식으로 불출마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도 “고뇌에 찬 결단을 내놓는 중진이 많다면 공천에 상당히 물꼬를 터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홍 의원은 “친박 희생론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된다. 중진이라는 철근이 없는 콘크리트(새누리당)는 무너져 내릴 것”이라며 자신의 공천신청 포기가 중진 용퇴론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시선을 경계했다. 홍 의원에 대해서는 당 지지율이 높지 않은 수도권 ‘자갈밭’ 차출설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친박계인 유승민 의원도 “친박에 대한 희생과 역차별이 있어선 안 된다. 18대 총선 때 친박이 ‘학살’당했는데 이번에 친이 학살 공천도 안 된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단절’ 언급에다 중진 용퇴 분위기가 감지되자 친이명박계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친이계에 대한 ‘몰아내기식’ 물갈이론이 또다시 고개를 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것이다.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출마 의사를 피력한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에 대한 ‘살생부’가 나돈다거나, “박 위원장과 가까운 모 인사가 MB정부에 있던 사람들한테는 공천을 줄 수 없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다. 친이계 신지호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서 “공천 과정에 자꾸만 하나둘씩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같은 계파의 초선 안형환 의원은 “정치 현실에 대한 반성과 고민으로 공천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 출신의 송영선 의원은 “대구·경북(TK) 비례대표 공천 배제는 나에 대한 확인사살”이라며 “납득할 수도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고 반발했다. 송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2008년 (친박계에 대한) 공천 학살 때문에 탈당해 악전고투 끝에 겨우 비례대표로 당선됐는데 편안한 새누리당 비례대표 의원들과 동일시한다”고 울먹였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