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가위손’ S&P 수석 애널 크래머, 유럽국가 36차례 강등시켜
입력 2012-02-14 21:47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수석 애널리스트 모리츠 크래머(45)는 ‘MR. 가위손’으로 불린다. 이 별명은 진짜 손 대신 날카로운 가위손으로 고객의 머리카락을 싹둑싹둑 자르는 미국 영화 ‘가위손’의 남자 주인공을 빗댄 것이다. 그가 국가신용 등급을 내리는 데 가위 날처럼 날카롭게 행동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유럽, 중동, 아프리카 담당 국가신용등급 수석 애널리스트인 그와 별로 알려지지 않은 이코노미스트들로 구성된 그의 팀은 2007년 이후 유로존 국가들의 신용등급을 36차례나 강등했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은 한 국가의 차입 비용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다.
그는 자신의 신상이 공개되기를 꺼리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 오피스빌딩 27층 사무실에서 재정위기를 맞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움직임을 모니터하고 있다. 크래머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S&P는 신용등급 결정이 개인이 아니라 위원회에 의해 내려진다는 것을 강조해주기 바란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S&P에서 10년간 크래머와 같이 일했던 동료 마이클 즐로트닉은 “크래머 역시 다른 사람처럼 공개적으로 비난받는 것을 싫어하지만 이는 그가 감내해야 할 역할의 일부이며 크래머야말로 어려운 때에 유럽국가의 신용등급 업무를 다룰 적절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13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독일에서 성장한 크래머는 괴팅겐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에 능숙하다.
정진영 기자 jy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