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성난 민심 이미 폭발… 전문가들 “방화·약탈 등 극렬 폭동 이제부터 시작”

입력 2012-02-14 19:27

그리스 민심 폭발은 이미 시작됐나.

격렬한 시위로 얼룩진 아테네의 밤은 지났으나 이미 민심은 폭발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건물이 불타고 가게가 약탈당하는 극렬 폭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리스 민간부문을 대표하는 공공노조연맹 사무국장인 일리아스 일리오풀로스는 이날 “어제의 폭동은 국민들이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며 “사회적 대폭발 현상이 유사한 형태로 또다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긴축은 이만하면 충분하다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정부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리 보시 피라에우스대 국제안보학과 교수 역시 “폭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반대로, 이제 막 시작됐다. 우리는 더한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통신에 말했다. 89세 원로 운동가 마놀리스 글레제오스는 “그리스 국민은 이데올로기에 상관없이 모두 일어섰다”고 말했다.

영국정치학회 산하 그리스정치전문가그룹(GPSG)의 로만 게로디모스 본머스대 교수는 “아테네 폭동사태는 1930년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마지막 나날을 연상케 한다”고 CNN에 말했다. 그는 혹독한 긴축정책이 그리스에서 극좌와 극우를 다시 불러일으킬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날 아테네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전쟁터를 연상케 하는 광경에 충격을 받았다. 전날 추가 긴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휩쓸고 간 자리는 처참했다.

아테네에서만 93개의 건물이 파괴됐고, 그중에는 1870년대 건설된 네오 클래식 건물인 아티콘 극장 같은 그리스의 자부심도 있었다. 건물 곳곳의 유리에는 총탄 자국이 선명했다. 청소부들이 이날 거리에서 치운 대리석과 돌 파편이 40t에 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보시 교수는 “폭동을 주도하는 젊은이들은 누구나 볼 수 있는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는 이를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폭동이 살인으로 이어진다 해도 놀랍지 않다”며 “다만 앞으로 닥칠 일이 두려울 뿐”이라고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