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박근혜 한 목소리… 새누리 “한·미FTA, 盧 전대통령 최대 업적”
입력 2012-02-14 19:15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고리로 모처럼 화음(和音)을 냈다. 박 위원장이 먼저 목청을 내자 이 대통령이 ‘하이파이브(High five)’를 보냈다. 4·11 총선 공천이 임박한 시점에 두 사람이 한꺼번에 날린 ‘적시타’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이 대통령은 14일 장·차관이 참석한 국무회의에서 작심한 듯 “발효되기도 전에” “독재시절도 아닌데” 등 감성적 용어들을 구사하며 야당의 한·미 FTA 폐기 주장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장·차관을 모두 불러 ‘확대 국무회의’를 연 것 자체가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평소 현안 발언에 말을 아낀다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받았던 박 위원장이 13일 결기를 드러내며 야당 공격을 하고 나선 바로 다음날 이 대통령이 응원가를 불러주는 모양새가 됐다.
두 사람의 한목소리에 대해 청와대와 당 주변에서는 “힘겨운 싸움이 될 총선 정국에서 두 사람이 뭉쳐야 산다는 현실 인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12월 박 위원장 중심의 비대위 가동 이후 친이명박계와 친박근혜는 서로 결별할 것처럼 으르렁거리며 대치 상태를 이어왔다.
특히 비대위원들은 현 정부 핵심 실세 퇴진론에 군불을 지피며 ‘구체제와의 단절’만이 총선 승리 카드라고 공공연하게 주장했다.
하지만 비대위의 인물·정책 쇄신이 미흡하다는 비판에 직면한 박 위원장은 국면전환을 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이날 “한·미 FTA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대 업적으로 남겨놓은 일”을 민주통합당이 뒤집는 것이라고 부각시킨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위원장에게 이 대통령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힘을 보탠 것은 자발적 용퇴론과 공천 불가론에 직면한 친이계를 지원하기 위한 포석이란 얘기가 흘러나온다. 새누리당에 공천을 신청한 박형준 전 정무수석, 정동기 이종찬 전 민정수석 등 비서관급 이상 MB 직계 10여명에 대한 간접 지원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공조가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한·미 FTA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문제를 지적한 것이지 공천 물갈이나 총선 연대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구체제와의 단절의 의미로 비대위가 출범했다”며 “(대통령과 박 위원장이 공조한다는 이미지가 고착돼) 이명박 정부 4년 심판론이 다시 이슈로 부각되면 총선은 필패”라고 주장했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