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호 재임용 탈락 일파만파… 양승태 ‘소통 리더십’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2-02-14 21:39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취임한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소통을 강조했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했고, 법관 누구하고도 만나겠다며 내부 소통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하지만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과 이정렬 부장판사의 중징계로 사법부가 크게 술렁이면서 양 대법원장의 소통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서울서부지법이 처음으로 오는 17일 판사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서울중앙지법과 서울남부지법도 같은 날 단독판사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원지법은 21일 단독판사회의를 개최한다.
서울중앙지법 이정호 단독판사회의 의장은 “단독판사 83명의 회의소집 요구에 의해 17일 오후 4시30분 연임심사 및 근무평정 제도의 문제점을 논의하기 위해 단독판사회의를 공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 단독판사의 65%가 동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소장 판사 상당수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판사회의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일선 판사들은 연임 적격 심사과정이 투명하지 못했다며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원지법 유지원 판사는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서 판사 연임 탈락의) 구체적인 사유를 제시하고 의혹을 해소해 달라”면서 양 대법원장에게 일선 판사들과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줄 것을 건의했다.
법원노조, 시민단체, 야당도 양 대법원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 조합원 및 통합진보당, 참여연대 회원 20여명은 양 대법원장에게 서 판사의 연임 탈락을 재고해 달라는 공개서한을 전달하려다 거부당하자 경위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들은 “서 판사 연임 적격 심사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 하루 빨리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대법원장이 법과 규정을 앞세워 각종 의혹을 덮으려 한다면 국민의 사법 불신은 눈덩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도 대법원은 상황을 주시할 뿐 대응 조치나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이 “최근 제기된 문제들은 법관인사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해 합리적으로 제도를 정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지만 일선 판사들은 행정처 주도의 제도 개선은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판사회의에서 합리적인 의견이 제시되면 현재 추진중인 법관인사제도 개선 과정에 반영할 것”이라며 “하지만 제도 개선과 서 판사 구제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