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여러가지 의문 北이 답변할 기회”… 김정일 사망 후 첫 북·미 고위급 대화 베이징서 개최
입력 2012-02-14 19:14
미국과 북한이 오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3차 고위급 대화를 갖기로 했다고 미 국무부가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은 “글린 데이비스(왼쪽 사진)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김계관(오른쪽 사진) 북한 외무성 제1부상 등 북한 대표단과 만나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대화 재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베이징 대화는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의문에 대해 북한이 답변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해머 국무부 공보담당차관보 대행도 외신기자클럽 브리핑에서 “2005년 6자회담 공동성명과 유엔결의안 이행 등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 “로버트 킹 북한인권대사가 대표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이번 대화의 주요 초점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눌런드 대변인은 “북한이 우리의 (식량지원 관련) 우려에 대한 답변을 갖고 있다면 그것을 들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해 협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3차 북·미 대화는 일반적인 예상보다는 빠르게 이뤄지는 것이다. 그래서 김정은 체제가 미국과의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보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올해 안에 6자회담을 재개시키기 위한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번 3차 대화는 지난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중단됐던 북·미간 대화 상황에서부터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북·미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잠정 중단과 대북 식량지원 재개에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말 대화가 중단된 뒤, 양국은 뉴욕 채널을 통해 식량지원과 관련된 비공식 대화를 가졌다. 그러나 북한이 ‘인도적 식량 지원과 정치적 문제를 연계시킨다’면서 미국을 강력히 비판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미·일은 지난달 18일 워싱턴DC에서 3자 고위급 협의를 갖고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냈다.
이번 회담은 한·미의 대화 분위기 조성 노력에 북한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북한이 강성대국의 해를 맞아 안정적인 내부 관리를 위해 북·미 대화라는 전략적 카드를 사용하는 수준이라는 시각도 많다.
향후 남북관계도 관심이다. 북한 새 지도부도 이명박 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따라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와 같은 수준으로 남북대화를 해나갈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미국은 남북관계도 함께 진전돼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따라서 북·미 대화나 나아가 6자회담 재개 절차도 지루한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