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사건 이어 ‘라이창싱 사건’까지… 후진타오 ‘시진핑 힘빼기’ 나섰나

입력 2012-02-14 19:04

중국 정치권에서 최근 벌어지고 있는 암투가 점차 ‘차기 권력’에 대한 ‘현재 권력’의 견제 성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왕리쥔 사건’이 가시화된 초기만 해도 태자당인 보시라이 충칭시 서기를 치려는 퇀파이(團派·공청단)의 움직임으로 관측됐다.

그러나 ‘라이창싱 사건’에다 ‘남순강화 20주년’ 홍보 캠페인까지 겹치면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퇴임 후 영향력 유지를 위해 ‘시진핑(習近平) 부주석 힘 빼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진단이 나오는 것은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즉, 덩샤오핑(鄧小平) 최고지도자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이 퇴임 뒤 ‘상황(上皇)’으로 남기 위해 후임자를 견제하는 사전 포석을 잊지 않았다. 후 주석도 이런 수순을 밟고 있다는 것.

‘라이창싱 사건’이나 ‘남순강화 20주년 캠페인’이 지금 주목받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라이창싱 사건은 1994년 푸젠성에서 위안화그룹을 세운 라이창싱이 530억 위안(9조4000억원)어치의 상품을 밀수하고 300억 위안의 세금을 포탈한 사건으로 최근 그가 샤먼시 중급인민법원에 기소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라이창싱은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지난해 7월 강제로 송환됐다. 당시 후 주석을 포함한 퇀파이가 태자당과 상하이방에 대한 견제용으로 이 사건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대두됐다.

시 부주석(태자당)은 1999년 푸젠성 대리성장으로 있으면서 이 사건 수습을 맡았으나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곳 서기였던 자칭린 정치국 상무위원(서열4위·상하이방)은 라이창싱 뒤를 봐준 의혹을 받고 있다.

남순강화 20주년 캠페인이 뒤늦게 벌어지는 것도 시 부주석에게는 불리하다. 광둥성 관영 언론들은 남순강화 20주년인 지난달 18일에는 이에 대해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가 13일부터 경쟁적으로 논평, 특집 시리즈 등을 쏟아내고 있다.

당 중앙은 남순강화 20주년을 부각시키면 ‘개혁’이 강조돼 올 가을 안정적인 권력 교체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달에는 아무런 기념행사조차 열지 않았다.

관측통들은 이에 대해 후 주석이 왕양(퇀파이) 광둥성 서기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 부주석을 압박하는 모양새라고 보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