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이상재 선생 옥중기록물 공개… 숭실대 기독교박물관 ‘공소산음’ 자료집 발간
입력 2012-02-14 18:40
월남(月南) 이상재(1850∼1927) 선생이 1902년 개혁당 사건에 연루돼 의금부 감옥에서 3년간 옥살이를 할 때 이승만 안국선 등 옥중 동지들과 주고받은 시문 등 기록물이 14일 공개됐다.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관장 최병현)은 이 박물관 설립자인 매산(梅山) 김양선(1907∼1970)이 1967년에 기증한 유물 가운데 이상재와 옥중 동지들의 기록을 필사본 1책으로 정리한 ‘공소산음(共嘯散吟)’ 해제 자료집을 최근 발간했다. 자료집 겉장에는 ‘월남 이상재 선생 집필책(執筆冊) 옥사기록(獄舍記錄) 공소산음(共嘯散吟) 전(全)’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공소산음이란 ‘함께 모여 읊고 흩어져 홀로 음미하다’는 뜻으로, 월남이 개혁당 사건으로 옥살이하던 1902년 6월부터 1904년 3월까지 작성한 논설 5편과 서간문 4편, 상소문 초고 1편, 투옥 동지들과 주고받은 시 43편으로 구성됐다.
자료 해제를 맡은 숭실대 곽신환 철학과 교수는 “월남이 옥중에서 이승만 안국선 등과 함께 성경 및 기독교 서적을 읽으며 신앙을 접하고 개종한 사정을 짐작할 수 있다”며 “이들은 1902년 말 기독교 신앙을 고백하고 옥중 신앙집회를 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논설 5편은 러시아에서 일어난 유대인 학살사건을 비판한 글 2편, 서울의 인구 감소를 논한 글 1편, 애초 태극기를 달고 달리던 전차에 미국이 성조기를 달면서 벌어진 전차 타기 거부운동과 관련한 글 2편이다. 박물관 측은 “처음 공개하는 공소산음을 통해 대한제국기 기독교로 개종한 개화파 지식인의 시대인식과 신앙을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