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아이 입학 ‘왕초보 부모’ 가이드… 정돈습관 들이고 한글은 미리 떼야
입력 2012-02-14 18:57
팔다리 쫙 벌리고 곤하게 자는 아이. 어느새 침대가 작아 보일 만큼 자란 이 아이가 초등학교를 간다. “그래 내가 드디어 학부모가 됐구나!” 잠자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뿌듯해 절로 입이 벌어진다. 하지만 아침 식탁에 앉아 ‘졸린다’며 밥투정 하는 아이를 보면 “에고 이 아이가 어떻게 학교에 다니나?” 걱정이 앞선다. 맞벌이 주부라면 허겁지겁 집을 나서는 순간 “준비물도 많을 텐데 제대로 챙겨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예 걱정보따리를 한 아름 짊어지게 된다.
요즘 첫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왕초보 예비 학부모들은 아침저녁 롤러코스트 타듯 설렘과 두려움 사이를 오간다. 첫아이를 늦게 낳은 이원실(44·부산 좌동)씨는 걱정이 더욱 많다. 이씨는 “아이보다 더 긴장하는 것 같다”면서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했다. 특히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을 만날까? 아이가 왕따 등 학교폭력을 당하게 되면 어떡하나? 공부는 어떻게 봐줘야 하는지? 이씨는 당장 입학식 때까지 보름 남짓 남은 동안 꼭 챙겨줘야 할 것은 무엇인지가 가장 궁금하다고 했다.
서울 신당4동 동산초등학교 손정화 교사는 입학하기 전까지 꼭 해야 할 것으로 정리정돈 습관 들여 주기와 학습 준비를 꼽았다. 손 교사는 “1학년은 생활습관만 잘 잡으면 되는 시기로 아는 학부모들이 많지만 초등학교 공부의 뼈대를 잡는 시기”라며 “올바른 학습태도를 다지고, 과목별 기초실력을 다져야 하는 중요시기”라고 강조했다. 2007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1학년을 맡고 있는 손 교사는 1학년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초등 1학년 공부법’도 출간했다. 손 교사의 도움말로 입학 때까지 부모가 꼭 챙겨줘야 할 것들을 알아봤다.
◇생활습관=흔히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교사들 역시 첫 한 주, 첫 한 달 생활로 아이에 대해 판단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가 선생님께 칭찬을 받으며 즐겁게 학교생활을 하게 되길 바란다면 정리정돈 습관을 길러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유치원 가방은 스스로 챙기고 정리하도록 이끈다. 또 자기가 어지른 것은 스스로 치우게 한다. 식탁예절도 길러줘야 한다. 음식물은 남기지 않고 고루 먹게 하고, 자기 그릇은 스스로 치우고, 흘린 음식은 휴지로 닦게 한다.
◇손 조작 능력=대개 손 조작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인기가 높다. 손 조작 능력이 떨어져 자신이 만든 것들이 미흡하면 성취도가 낮아 자신감을 잃게 된다. 그러므로 손 조작 능력을 키워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모양자로 모양그리기, 풀칠하기, 가위질하기, 종이접기, 색연필로 글씨쓰기, 스티커 떼었다 붙이기 등을 시키면 손 조작 능력이 좋아진다. 아이가 이런 활동을 재미없어 하면 보드게임이나 오목놀이, 공기놀이 등 손 조작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게임을 같이 하도록 한다.
◇학과목 준비=학교생활 첫걸음, 국어, 수학, 슬기로운 생활, 바른 생활, 생활의 길잡이 등 앞으로 배울 교과목에 대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엄마가 미리 교과서 내용을 설명해주도록 한다. 특히 국어와 수학 교과서만큼은 미리 사보는 것이 좋다. 요즘은 한글은 떼고 들어가야 수업을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다. 아직 한글을 못 뗐다면 한글 공부를 집중적으로 시켜야 한다.
모든 학과목의 기본이 되는 것은 독서. 하루 적어도 20분씩은 앉아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 줘야 한다. 1학년 교과서를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한쪽에 10줄 가량, 50쪽인 책을 하루에 2∼3권 읽혀야 한다. 만약 책읽기가 서툴러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하면 읽어주는 것이 좋다. 이때 엄마가 한쪽, 아이가 한쪽씩 번갈아 가며 큰소리로 읽도록 하면 발표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기소개서와 가족소개서를 써놓도록 한다. 첫 발표주제인데다 모든 교과서마다 등장하기 때문이다. 어른들도 쉽게 쓰기 어려운 것들이므로 여유를 갖고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때 글씨체를 잡아주면 좋다. 연필심이 진한 2B연필을 마련해 연필 쥐는 법부터 가르쳐 준다. 학교 들어간 뒤 글씨를 잘 못 쓰면 쓰기 교과서 뒤에 있는 우리말꾸러미에 트레싱지(반투명 종이)를 덧대놓고 베껴 쓰는 연습을 시키면 효과적이다.
수학은 50까지 수세기, 한자릿수의 덧·뺄셈, 도형이름 알기, 도형 분류 등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 수학은 예습보다는 복습이 효과적인 과목이므로 지나친 선행학습은 외려 해가 되는 과목이다. 따라서 지나치게 앞선 예습은 금물이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