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한 ‘봄’을 먹고 싶다… 명인 강순의씨가 추천하는 봄김치 세 가지

입력 2012-02-14 22:03


사람 입맛처럼 변덕스럽고 무정한 게 있을까? 지난겨울 김장을 했을 때는 김치소만으로도 밥 한 공기 뚝딱했다. 뿐인가, 푹 익은 김치는 고기보다 입맛을 돌게 했다. 그런데 김장김치를 두어 달 먹은 요즘 그 시큼한 냄새에 절로 코를 쥐게 된다. 한물간 김장김치는 싫지만 김치 없는 밥상은 서운하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김치기능보유자인 ‘김치명인’ 강순의(71)씨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배추김치와 깍두기가 전부 다인 줄 아는데, 파릇파릇 봄기운 머금은 봄동겉절이, 알싸한 달래김치 등 맛나게 먹을 수 있는 김치가 여러 가지 있다”고 말했다. 스물넷에 나주나씨 종가로 시집와 25대 종부가 된 강씨는 1년에 200여 가지가 넘는 김치를 담았다고 했다. 봄김치만 해도 봄동부터 오이송송이김치까지 20가지나 된다. 강씨는 아직 찬바람이 남아 있는 요즘 먹기 좋은 맛김치로 톳김치, 파래김치, 미나리콩나물김치를 추천했다.

“요즘 미나리와 파래가 제일 맛있을 때입니다. 톳은 겨우내 움츠렸던 몸이 기지개를 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귀한 먹거리죠.”

강씨는 “파래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줄 뿐만 아니라 위장병에도 좋고, 톳은 우유의 70배나 되는 칼슘이 들어 있다”면서 영양이 뛰어난 데다 맛도 개운하고 산뜻해 이른 봄 어른들 상에 올렸던 김치라고 말했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것이 종갓집. 식사대접 받은 이들이 의외의 음식을 칭찬할 때가 있는데 바로 미나리콩나물김치가 그런 경우란다.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소찬인데도 한 번 맛본 사람들은 꼭 다시 맛보고 싶어 하는 별미로 꼽는다고 소개했다.

강씨는 봄김치는 담아서 그 자리에서 먹는 것이니 많이 담지 말고, 봄여름 김치에는 생강을 많이 넣으면 쓴맛이 나니 넣지 않거나 재료에 따라 아주 조금만 넣으라고 당부했다.

강씨가 이른 봄 시어른들과 종가 친척어른들의 건강도 챙기고 입맛도 돋우기 위해 올렸던 봄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본다. 그는 최근 70여 가지의 김치, 27가지의 장아찌 만드는 법을 담은 책 ‘김치명인 강순의의 계절김치’를 펴냈다.

◇파래김치

<재료> 물파래 5단, 송송 썬 쪽파·부추 1큰술씩, 송송 썬 미나리 2큰술, 다진 홍고추 1작은술, 양념(멸치액젓·새우젓국물·가자미젓 2큰술씩, 다시마국물 2큰술, 다진마늘 1큰술, 다진생강 약간), 다시마국물(물 5컵, 사방 10㎝ 크기 다시마 2장)

<만들기> ①파래는 체에 담아 물에 담근 뒤 부드럽게 흔들어가며 씻어 국수 말듯 동그랗게 말아 물기를 뺀다. ②다시마는 30분쯤 물에 담가뒀다 꺼내 물을 붓고 약한 불에 올려 끓어오르기 시작하면 바로 불을 끈다. 쓰고 남은 국물은 냉동실에 넣어두고 쓴다. ③그릇에 양념과 파래를 뺀 나머지 재료를 넣고 섞어 냉장고에 넣어 둔다. ④접시에 물기를 뺀 파래를 보기 좋게 담고 차게 해둔 양념을 위에 고루 끼얹는다. 양념에 파래를 넣고 가볍게 버무려내도 좋다.

◇톳김치

<재료> 톳 500g 당근채 1큰술, 홍고추 1개분, 송송 썬 쪽파 1큰술, 부추 4㎝ 길이 ½줌, 양념(멸치액젓 3큰술, 다진마늘 1큰술, 고추씨 1큰술)

<만들기> ①톳은 질긴 줄기를 잘라가며 다듬는다. ②냄비에 톳이 푹 잠길 수 있도록 2배 정도 넉넉하게 물을 붓고 팔팔 끓으면 톳을 넣고 뒤적여 파랗게 데쳐지면 재빨리 건져 찬물에 담가 헹궈 물기를 뺀다. ③그릇에 당근채 홍고추 쪽파를 넣고 양념을 넣은 뒤 고루 섞는다. ④데친 톳을 양념에 넣고 살살 버무린 뒤 부추를 넣고 다시 한번 고루 버무려 상에 낸다.

◇미나리콩나물김치

<재료> 미나리 1단, 콩나물 500g, 어슷 썬 홍고추 1개분, 소금·통깨 약간씩, 양념(마른고추 10개 또는 고춧가루 5큰술, 멸치액젓 3큰술, 다진마늘 1큰술, 고춧가루 2큰술)

<만들기> ①콩나물을 머리와 뿌리를 떼어내고 씻은 뒤 물기를 뺀다. ②미나리를 다듬어 놋수저와 함께 물에 1시간 정도 담가뒀다 물기를 털어내고 5∼6㎝ 길이로 자른다. ③냄비에 넉넉하게 물을 붓고 끓여 소금을 넣은 뒤 콩나물을 먼저 데쳐내고 미나리를 넣는다. 위아래 뒤적이며 미나리를 파랗게 데쳐 체에 쏟은 뒤 물기를 꼭 짠다. ④마른고추는 3∼4㎝ 길이로 잘라 물에 담갔다가 확독(분마기)에 넣고 충분히 간다. 여기에 나머지 양념을 넣고 고루 섞는다. ⑤양념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넣고 고루 어우러지도록 훌훌 털어가며 살살 버무린다. 바로 홍고추와 통깨를 올려서 낸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