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돈 벌러 온 부모님 찾은 소녀들 “사랑합니다” 감사의 노래… 하얼빈 조선족소녀합창단

입력 2012-02-14 18:09


지난 11일 서울 시흥동 금나래아트홀 무대. 개량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40여명의 소녀들이 ‘도라지 타령’ 등 한국민요를 멋진 화음으로 부르고 있었다.

이날 펼쳐진 하얼빈 조선족소녀합창단 내한공연은 한중(韓中)수교 20주년과 하얼빈 이주 1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이사장 강덕영 장로)과 흑룡강조선어방송국(국장 하룡호)이 공동주최해 이뤄졌다.

주최측은 음악회 주제를 ‘부모님 사랑합니다’로 잡았다. 조선족인 단원 부모 대부분이 한국에 나와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돈 벌러 한국에 나온 부모들을 오히려 자녀들이 찾아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는 보은(報恩)의 음악회를 연 것이다.

음악회가 끝난 후 로비에서 딸들을 만난 부모들은 몇 년 사이 불쑥 커버린 딸을 얼싸안고 감격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유나이티드문화재단은 지난 2006년, 흑룡강조선어방송국과 하얼빈 조선족 제1중학교와 함께 조선족 어린이들로만 구성된 ‘어린이 방송 합창단’을 창단했다. 조선족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점차 잊혀져가는 우리 동요를 폭넓게 보급하고 한국 문화를 이어가는 동시에 우리말과 우리글을 잊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이후 합창단은 ‘중국 조선족 청소년 음악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 ‘새 중국 창건 60주년 기념식’, ‘안중근 의사 의거 100주년 기념식’ 등에 참가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한국의 ‘KTF 청소년 합창단’과, 2009년에는 ‘이화여대 챔버 콰이어’와도 자매결연을 맺었다. 2010년에는 월드비전이 주최하는 ‘2010 세계 어린이 합창제’에 중국 대표로 참가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강덕영 이사장은 “재단에서 하얼빈에 10년째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은 결과 조선족 사회의 문화와 언어까지 점점 바뀌고 있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소녀합창단이 활발히 공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자랑스러운 한국문화를 조선족 사회에 계속 보급하고 싶다”고 밝혔다.

허룡호 국장도 “한중수교 20년을 맞아 연초에 이런 뜻 깊은 행사를 열게 돼 뿌듯하다”며, “합창단 공연이 한국과 중국을 잇는 다리가 되고, 어린 학생들이 앞으로 우리 민족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는 사람들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날 음악회는 해금 이건명, 테너 김성민, 금천구립여성합창단, SB뮤직앙상블 등이 찬조 출연했다. 합창단은 ‘모리화’, ‘첨밀밀’ 등 중국 노래와 한국의 ‘아리랑’ 등 한중 양국 노래를 불렀고 공연 마지막은 ‘어머니’ ‘고향의 봄’을 관중들과 합창했다.

조선족소녀합창단은 13일 청와대 견학 및 놀이공원 등을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14일에는 서울 내발산동 월드비전음악원에서 특별공연을 갖기도 했다. 이들은 가족들과 다시 만난 후 16일 출국한다.

김무정 기자 k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