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한국교회 이끄는 기독교학회] ⑥ 한국여성신학회

입력 2012-02-14 18:07


성차별 문제 넘어 생명·환경 등 지평 넓혀

한국의 여성신학은 학계의 신학자들보다는 목회현장에서 성차별을 직접 몸으로 경험한 평신도 여성 지도자들과 여성 목회자들에 의해 주도되었다. 그것이 학계와 교계 여성들 간의 연대로 이어진 것이다. 이미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한국의 기독여성들에게 1970년대 말부터 소개된 서구의 여성신학은 한국에서 기독교 여성담론이 형성되도록 하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기독교여성들의 연대를 위한 조직인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1980년에 창립됨으로써 성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념화하고 집단적으로 표명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의 여성신학은 서구의 여성신학과 교류하는 동시에 한국의 기독교여성이 처해 있는 구체적 역사와 상황에 응답하면서 전개되었다.

여성신학은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부터 서구에서 전개되기 시작했다. 초기의 여성신학자들은 선배여성들의 축적된 업적 위에 서서 또한 동시대여성들의 연구를 전유하고 비판하면서, 여성의 경험과 관점과 질문을 여성 자신의 언어로 표현했다. 또 기존 신학계와 교계의 근본적 변화를 촉구하는 문제제기를 하며 동시대 다양한 삶의 자리에 놓여있는 여성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래의 대안을 모색해 왔다.

한국여성신학회가 창립된 것은 실천과 운동의 측면에서 시작된 여성신학을 본격적 학문의 장에서 전개하고 기독교공동학회의 한 분야가 돼 한국 신학의 형성에 참여해야 한다는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결과였다. 1985년 3월 29일에 창립총회를 개최해 초대임원으로 회장 박순경, 서기 한국염, 회계 이호순을 선출했다. 한국기독교학회에는 87년에 가입하였는데 여성신학에 대한 전반적 이해가 부족한 관계로 가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한국여성신학회는 여성의 경험과 관점에서 기존 신학을 비판하고 해체하며 대안을 모색해 왔다. 그 학문적 노력의 결과물은 그간 출간된 여성신학사상 시리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시리즈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은 여성신학의 출발점과 논점에서부터 기존 신학의 주요 개념, 그리고 동시대 한국 사회와 교회를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사회현상과 이슈까지 아우른다. 여성신학사상 제1집인 ‘한국 여성의 경험’(1994)은 여성신학의 출발점이 여성의 경험임을 말함과 동시에 한국여성신학은 한국여성의 경험에서 시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제2집 ‘성서와 여성신학’(1995)에는, 성서가 비록 가부장제적 문화의 산물이고 가부장제적 관점에서 해석됨으로써 여성억압을 정당화했지만 성서를 여성해방의 관점에서 해석할 때 성서에는 여성을 해방시키는 힘이 있다고 전제하는 여성신학적 성서해석의 예들이 수록돼 있다.

제3집 ‘교회와 여성신학’(1997), 제4집 ‘영성과 여성신학’(1999), 제5집 ‘성과 여성신학’(2001), 제6집 ‘민족과 여성신학’(2006), 제7집 ‘다문화와 여성신학’(2008), 제8집 ‘선교와 여성신학’(2010), 제9집 ‘미디어와 여성신학’(2012 출간예정)을 통해 한국여성신학회는 한국교회와 사회를 진단하고 신학적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현재 한국여성신학회 임원진은 이화여대 신약학 교수이며 신학대학원장인 박경미 회장을 비롯하여 백소영 총무(이화여대), 이영미 편집위원장 (한신대), 최우혁 학술부장(서강대), 김성희 회계(안산대), 이인경 서기(계명대), 박인희 부서기(이화여대)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까지 여성신학 학회는 성서신학, 조직신학은 물론 기독교 윤리 교육 실천 등의 신학 전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 목회자 안수 등 교회현장이 당면한 실천적 문제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연구는 물론 실천적 운동을 전개해왔다. 나아가 오늘날 한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인 다문화, 생명존중, 생태위기 등을 고찰하고 그에 대한 여성신학적 대안을 모색하며 학문적 지평을 확장해오고 있다. 이런 노력은 여성신학이 제안하는 기독교적 돌봄과 나눔, 상생의 가치를 전파해 한국사회의 문제들과 고충을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박동수 기자 dspar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