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개척 안된다고요? 하면 됩니다”… 50대 늦은 나이에 개척한 유헌영 목사 이야기
입력 2012-02-14 18:01
요즘 신학교를 졸업한 신학생들은 교회 개척을 꺼린다. 중·대형교회에서 오랜 기간 사역, 목회 경험이 풍부한 부목사들도 개척 보다는 기성 교회에 청빙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그도 그럴 것이 10개의 개척교회 가운데 3년 내에 자립을 이루는 경우는 1,2개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이 뜻을 펴지 못하고 교회 문을 닫는 것이 한국교회의 슬픈 자화상이다.
인천 논현주안장로교회 유헌영(58) 목사는 대형교회의 하나인 주안장로교회에서 17년 동안 부교역자로 사역했다. 마지막 몇 년 동안은 수석부목사로 선교를 담당했다. 2007년 11월에 유 목사는 인천 논현신도시내 30평 상가에서 교회를 개척했다. 그의 나이 54세. 지인들은 그에게 “그 나이에 개척은 무리”라면서 청빙 받아 기존 교회에서 목회하라고 권했다. 나이를 제외하면 청빙자격은 충분했다. 장신대를 졸업한 후 미국 멕코믹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박사학위를 받은 학력에다 목회 경험이 충분한 그였다.
그러나 유 목사는 개척자의 길을 선택했다. “더 늦기 전에 하나님의 교회를 직접 일궈보고 싶었습니다. 누군가 교회 개척을 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시대에도, 늦은 나이에도 얼마든지 교회를 개척해서 부흥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호기롭게 개척했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개척멤버는 가족을 포함해 17명. 유 목사는 연약한 현실대신 ‘바라는 실상(實像)’을 보았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했잖아요.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하나님이 현실화 시켜주실 미래의 모습을 바라보고 나아갔습니다.”
개척해 보니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사항은 영적으로 깨어 있는 것이었다. 그는 과거의 경력을 내려놓고 겸손히 무릎을 꿇었다. 최소한 하루 세 시간씩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해서 기도했다. 새벽기도 시간에 마음이 영적으로 충만해 지지 않으면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충만함을 추구했다. “영적으로 깨어 있으면 하나님이 지혜와 담대함, 목회 아이디어, 심지어 설교 본문까지 주시는 것을 경험합니다.” 교회는 새벽 기도회 외에도 매일 오전과 저녁에 공식 기도회를 갖는다. 전 교인이 무릎을 꿇고 교회와 나라의 부흥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다음으로 그는 주일예배에 승부를 걸었다. 막 조성된 신도시라는 특성상 성도들은 대부분 주일 한번만 예배를 드렸다. 이사 와서 이곳저곳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막 조성된 신도시의 개척 목회는 일단 ‘주일단판승부’였다. 유 목사는 어렵게 교회를 찾은 사람들이 주일 예배에서 은혜를 받도록 최선을 다했다. 25분 뜨겁게 찬양하고, 20∼25분 설교하며 15분 정도 기도회를 했다. 주로 기독교 원리를 통해 믿음이 자랄 수 있는 내용을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보여줬다. 복음의 본질을 충실히 전했다.
매 주마다 성도들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보였다. 나이별로 셀 조직을 구성, 주일 설교 본문을 갖고 예배를 드리도록 했다. 말씀이 일상의 삶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철저히 주일 설교가 삶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말씀대로 살 수 있도록 실천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저는 셀 리더들을 중점적으로 훈련시켰습니다.”
꽤 늦은 나이에 개척했지만 조급해 하지 않았다. ‘천천히, 즐기면서, 우직하게’ 목회를 해 나갔다. 그는 목회를 ‘교회 머리되신 예수님의 인도를 따라가는 것’으로 풀이한다. “개척을 해 보니 정말 ‘하나님의 목회’라는 말이 실감됐습니다. 목회는 하나님이 해 나가시는 것입니다. 목사는 철저히 그분의 마음을 갖고 그 분의 인도하심을 따르면 됩니다.”
올 2월 현재 논현주안장로교회에는 장년 570여명, 주일학교학생 250여명 등 820여명이 출석하고 있다. 개척 4년여 만에 거둔 성과다. 재작년 12월에 마련한 5층 건물의 예배당이 부족할 정도가 됐다.
“지금도 목회자들이 온갖 노력을 다하지만 부흥은 고사하고 생존에 허덕이는 수많은 개척교회들이 있습니다. 저는 그분들의 노력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봅니다. 그들을 생각할 때마다 정말 눈물겹습니다. 한국교회에 개척자의 정신이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 땅의 신학생들과 목회자들이 불붙는 구령의 열정으로 개척의 대열에 합류하기를 바랍니다. ‘교회 개척은 안된다’는 패배주의적인 생각부터 버려야 합니다. 그 패배적 생각을 불어넣는 것 이야말로 교회 개척을 두려워하는 사탄의 책략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하나님의 교회는 개척되어져야 합니다.”
인천=글·사진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