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태정] 아기에게 축복을!
입력 2012-02-14 19:31
1970, 80년대만 하더라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와 같이 출산을 억제하기 위한 구호들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작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세계에서 꼴찌에 가까울 정도로 세상이 변했다. 결혼을 해도 경제 문제 등으로 인해 출산을 꺼리거나 적게 낳고, 결혼관의 변화나 소득불균형으로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낭보도 더러 들린다. 어느 지역에서는 효과적인 출산·보육정책으로 출산율을 증가시켰다고 한다. 출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저출산 문제를 해결한 노력의 산물이다. 내 주변에서도 출산 소식이 많이 들려온다. 해외에 거주하는 지인이 메신저로 갓 태어난 아이의 사진을 보내주는가 하면, 지난주에는 친구의 득남 소식을 들었다.
유산의 아픔을 겪은 친구의 집에 찾아가 보니 엄마와 아빠의 장점을 빼닮은 아이가 꼼틀거리고 있었다. 자연분만의 고통으로 친구의 얼굴과 손, 발 등 온몸이 퉁퉁 부어 있지만 얼굴만은 해사하게 웃고 있었다. 저리 좋을까 싶다가도 열 달간 몸 안에 품고 정성을 다하며 기다린 생명인데 어찌 좋지 않겠는가 싶어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양육에 따른 문제를 걱정하는 친구의 말을 들으니 덩달아 근심이 쌓여갔다.
출산 때문에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여성들이 많고, 젊은 부부들이 자녀를 키우다가 빈털터리가 된다는 ‘베이비 푸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육아비는 만만치 않다. 축복받아 마땅할 임신과 출산이 가계 경제에 짐이 되거나 스트레스의 요인이 된다면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미혼인 나로서는 실감이 덜하지만 이런 얘길 들으면 명치가 갑갑해져 오곤 한다. 집안일·양육·직장생활 등 못해내는 일이 없는 우리 엄마들을 보면 하늘만 날지 않을 뿐 진정한 슈퍼우먼이 아닐 수 없는데, 예전에 엄마들의 역할이었던 것이 이제 우리들의 몫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나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부모의 역할이 크다. 출산과 양육을 준비하는 부모의 사랑과 책임이 가장 소중한 것이다. 생명의 탄생과 더불어 무거운 책임감에 겁이 나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불가능은 없을 거라는 친구의 다짐, 나는 그녀의 그런 태도를 보고 진정한 어른 모습을 발견한 듯해 가슴이 찡해졌다.
엄마는 요즘도 가끔 “우리 딸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라고 말씀하시며 느긋하게 웃으신다. 자녀에게서 얻는 것은 행복 이상인 것처럼 느껴진다. 앞 세대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오직 사랑으로 자식을 키워냈듯 우리 세대 역시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어 다음 세대를 양육할 의무가 있음을 안다. 앞으로 친구의 사랑 안에서 더 큰 세상을 보게 될 아기에게 오직 축복이 가득하길 빌어본다.
안태정 문화역서울284 홍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