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對美 대화 나서는 北, 남북대화도 응하라

입력 2012-02-14 19:31

북한이 김정일 사후 2개월 만에 대미(對美) 대화에 나선다.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연일 욕설과 비방을 퍼붓는 한편 김정일 사망 당시 ‘조문태도에 대한 사과’ 등 억지 주장을 하면서 현 정부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북·미 대화로 북핵문제에 일말이라도 진전이 이뤄진다면 반가운 일이지만 남북관계가 동결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남북관계가 진전돼야 북한이 바라마지 않는 북·미관계 개선도 가능하다.

미국과 북한은 오는 23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위급 대화를 갖고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식대화 재개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발표했다. 지난해 7월(뉴욕), 10월(제네바)에 이은 이번 3차 북·미 고위급 대화는 당초 지난해 12월 22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김정일 사망에 따라 순연된 것이다.

북한이 3월말 이후에나 대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일부 예상보다 빨리 대미 대화에 나선 것은 김정은 후계체제 안착과 체제 결속에 북·미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 중단 등 비핵화 사전조치 이행과 미국의 영양(식량)지원이 논의될 이번 대화에서 상당한 진전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특히 이번 대화가 6자회담의 ‘전초전’ 성격을 띄고 있어 잘 되면 늦어도 올 상반기 중 6자회담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북한은 남한과는 아예 상종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대북 원칙을 유지해온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것과 함께 선거철을 맞아 남측 정치권 길들이기를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망상이다. 북한은 저질스런 대남 비난공세를 걷어치우고 남측이 14일 제의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부터 응해야 옳다. 이산가족 상봉은 시급한 인도주의적 현안인데다 이를 계기로 대화의 문이 열리면 천안함·연평도 사태와 금강산 관광 등 다른 문제들도 모두 논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