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무라 목사가 던진 감동의 메시지

입력 2012-02-14 19:30

13일 오전 서울 중학동 주한 일본 대사관 건너 평화의 소녀상 앞에 백발의 노신사 한 명이 찾아왔다. 그는 위안부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소녀상 앞에서 간절한 기도를 올린 뒤 플루트를 잡고 우리 가곡 ‘봉선화’를 연주했다. 감격에 겨운 나머지 눈물이 쏟아져 중간에 연주가 끊기기도 했다. 눈물을 닦은 그는 장미꽃 한 송이를 바친 뒤 다시 ‘진혼가’와 ‘우리의 소원’을 연주했다. 애잔한 음률이 소녀상을 포근하게 감쌌다.

행사의 주인공은 81살의 일본인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다. 그는 일찌감치 일본 제국주의가 저지른 잘못을 속죄하기 위해 투신한 성직자다. 1968년 살던 집을 팔아 서울에 온 뒤 청계천 판자촌 일대에서 빈민 구제활동에 나섰다. 국경을 넘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그를 두고 사람들은 ‘청계천의 성자’라고 불렀다. “속죄하려 시작된 한국사랑이 은혜가 되었다”는 그의 삶은 지난해 본보에 연재된 ‘역경의 열매’를 통해 알려져 큰 감동을 주었다.

그는 이날 말했다. “나는 다섯 살 때부터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조센진’(조선인)이라 부르며 차별하는 것을 보아 왔는데, 그때마다 마음이 아팠다. 일본 침략의 역사가 없었다면 ‘봉선화’라는 노래도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앞서 “나의 행동이 일본에서는 비국민, 매국노로 몰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본은 하나님의 정의에 반한 종군위안부와 같은 역사적 사실에 대해 깊이 회개해야 옳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는 일본에 이런 종교인이 있다는 사실, 그리고 용기 있게 진실을 말한 데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 일본은 노무라 목사와 같은 양심의 목소리를 경청해 하루 속히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사과와 배상에 나서야 한다. 또 나치의 히틀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급격한 우익화의 길을 가고 있다는 그의 경고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도쿄지사의 망언이나, 도쿄의 한국 대사관 앞에 독도비를 세우려는 극우 인사들의 망동이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