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만에 성경 일독 끝내는 통큰 통독

입력 2012-02-14 11:01


통큰통독/주해홍 지음/두란노

신자가 된 지 꽤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한번도 성경을 일독하지 못한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최근 국민일보 1층 카페에서 만난 저자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역력했다. “90일 만에 성경 66권, 1189장을 통독하면서 성경의 핵심 내용도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까? 매일 한 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된단다.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두 시간이라면 부담된다. 한 시간도 만만치는 않지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90일이라는 기간도 매력적이다. 지속하는데 힘은 들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은 일수다. ‘백문불여일행(百聞不如一行)’ 일단 시작해 보았다. 부록으로 따라온 성경일독용 듣기 CD의 도움을 받았다.

첫날은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 읽어야 했다. 전문 성우들이 녹음한 CD의 성경통독 속도는 꽤 빨랐다. 하긴 이 CD의 속도라면 성경을 50시간 내에 읽을 수 있다니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내 적응이 됐다. 11장의 성경을 읽는데 40분이 채 안 걸렸다.

이어 책을 읽었다. 책은 ‘줄거리(Storyline) 따라가기’와 ‘메시지(Plotline) 따라가기’라는 두 가지 방법으로 기술되어 있다. ‘창세기 한눈에 보기’라는 도표도 유용했다. ‘알아두기’란 코너에는 창조에 관한 두 가지 대표적 이론인 ‘간격 이론’과 ‘날-시대 이론’이 소개되어 있었다. ‘자라나기’란 또 다른 코너에는 질문이 있었다. “나는 결코 우연히 진화되어 생겨 난 것이 아님을 확신하십니까?” 그러면서 진화론의 허구와 세계관 싸움이 기록되어 있었다. “인간을 창조하시고 심히 좋아하셨던 하나님의 마음을 생각해 봅시다”라는 큐티식 질문에 대해서도 마음속으로 대답해야 했다. 창조 이야기와 관련한 구약과 신약의 여러 구절들이 종횡무진 설명된다. 성경통독과 성경의 맥 잡기가 혼용되고 있었다. 독일의 신학자 벨하우젠이 주장한 ‘문서가설’에 대해서까지도 다루고 있다. 입체적 성경읽기였다.

첫날 내용을 모두 마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아니, 저자의 말과 다르잖아’라고 생각하며 2일째 창세기 12장부터 23장까지를 읽고 책을 보는데 정말 한 시간이 안 걸렸다. 3일째와 4일째도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안정단계에 돌입한 듯한 느낌이다. 90일내에 일독하는 것은 물론이며 성경의 맥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저자의 주장대로 성경을 통전적(通典的)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저자 주해홍 목사는 올해 67세로 미국 로스앤젤레스 ANC온누리교회 사역목사로 활동하고 있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이후 1974년 도미, 보스턴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캘리포니아주 세무 감사관으로 25년간 근무하고 2005년 은퇴했다. 그 사이 1990년에 퍼시픽크리스천칼리지(현 호프인터내셔널대학)에서 신학을 공부, 2004년 목사 안수를 받았다. 오랫동안 성가대 지휘자로 활동하기도 한 그는 특히 20여 년간 스토리라인과 플롯라인을 결합한 방식으로 성경을 가르쳤다.

그는 성경통독이 유행처럼 한국과 미주 내 한인 교회에 퍼지는 모습을 반갑기도 하면서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았다. “일독, 이독 식으로 횟수만 늘리는 성경통독은 의미가 없습니다. 성경을 읽되 반드시 메시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의미를 알아야 하는 것이지요.”

성경통독과 함께 성경의 맥을 잡는 다양한 세미나도 접해 보았다. 거기에도 한계가 있었다. 단순히 성경을 개관하는 정도에 그쳤다. 주 목사는 성경을 통독하되 관점을 갖고 읽어야 한다는데 착안했다.

“성경은 틀림없이 관점을 갖고 기술되었을 겁니다. 그래서 성경은 제대로 된 안경(관점)을 쓰고 읽어야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실제로 이 세상을 다스리시고 관여하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나님 나라의 관점이라는 안경을 쓰고 읽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책이 성경입니다.”

그는 이 책이 성경의 맥 잡기와 성경 통독을 결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90일 동안 하나님 나라의 관점으로 성경을 통독함으로써 성경의 숲과 그곳의 나무들(핵심 진리들)을 보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주 목사는 신위(神爲), 인위(人爲), 자기중심성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성경을 읽을 때는 인위와 자기중심성을 버리고 하나님이 주체적으로 행하신다는 ‘신위’적 관점을 가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즉 내 방법을 버리고 하나님 방법으로 돌아와야 한다. 하나님 방법으로 성경을 읽으면서 하나님이 강조하시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의 부제가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읽는 90일 성경 일독’이다.

주 목사는 또한 통전적(通典的) 성경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교회에 신자(信者)는 많은데 신자(神子), 즉 참 제자는 찾아보기 힘든 가장 큰 이유가 뭔지 아세요? 성경을 통전적으로 바로 이해하지 못함으로 바른 양육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통전적으로 읽을 때에 바른 성경적 영성이 형성됩니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현존과 임재를 체험하는 하나님나라 백성으로 살 수 있게 됩니다.”

그는 통전적으로 성경을 읽지 않으면 한국교회가 전가의 보도와 같이 귀중하게 생각하는 큐티(QT)에도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자기중심성에 기반 한 인위적 성경 해석을 삶에 적용하다보니 원작자의 의도와는 어긋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은 하나님의 관점으로 성경을 읽어야 합니다. 진정한 부흥은 말씀으로 돌아가 하나님과 참된 관계를 회복하고 그의 나라를 이 땅에 회복하는 사역에 쓰임 받는 것입니다. 명심하세요. 부흥은 성경의 바른 이해를 통한 성경적 영성의 회복으로만 가능합니다.”

책은 벌써부터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최근 주 목사가 인도한 ‘통큰통독 세미나에’는 매회 500여명의 목회자와 관심자들이 찾는 등 큰 성황을 이뤘다. ‘어, 성경이 읽혀지네’의 이애실 사모, ‘성경의 맥을 잡아라’의 문봉주 목사, ‘통 박사’ 조병호 목사의 장점들을 모두 결합한 ‘주해홍 목사식 통큰통독’이 한국교회의 새로운 성경읽기 트렌드로 자리 잡으리라 생각된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