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청각장애인 최초로 오영준씨 17일 숭실대서 박사학위
입력 2012-02-13 00:44
국내 청각장애인 최초로 오영준(37·사진)씨가 장애인 관련 논문으로 미디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씨는 오는 17일 오전 서울 상도동 숭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는다. 오씨의 박사과정 성적은 4.5 만점에 4.04를 기록했다.
오씨의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장애인을 위한 다중 카메라기반의 지능형 공간’으로, 제안된 시스템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HCI) 기술을 활용하여 실내 환경으로부터 장애 요인을 제거하고 장애인의 편의성이 있는 기술로써 기술구성 요소와 시나리오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오 씨는 제주도에서 태어나 영아 때 넘어져 청력을 잃었다. 서울농학교와 성공회대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한 뒤 숭실대 컴퓨터학과에 입학했고 2003년에 수화번역시스템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이 계기가 돼 4년간 카이스트 연구원으로 일했다. 카이스트에서는 인간친화복지 로봇시스템 연구센터에서 연구 활동을 계속했다. 그가 공동 연구한 결과물 가운데 수화 자동번역 시스템은 한국도로공사 등에서 사용되기도 했다.
오씨는 2007년 한국퍼지 및 지능시스템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상과 우수 발표상, 대한전자공학회와 대한전기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보제어 심포지엄에서 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수화 인식과 수화 발생을 구현한 양방향 수화전화 시스템’과 관련한 특허도 취득했다. 오씨는 현재 시민단체인 장애인정보문화누리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씨의 박사학위 논문은 제안된 시스템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하여 지능형 공간 서비스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실험했다. 그리고 입실부터 퇴실까지 지능형 공간에 시선각도와 사용자 위치 등 다양한 사용자 데이터 획득을 통해 여러 시나리오 서비스를 제공받은 실험 대상자의 이동과 행동, 방향, 경로를 파악했고 실험 결과로써 장애인 사용자에게 실내 복지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을 보였다. 시나리오 실험을 통해 노인용 복지형 스마트홈 시스템과 실내 CCTV 시스템, 실내 로봇이동 시스템에 주로 활용된다.
경기도 용인의 교회에 출석하는 오씨는 “우리나라 청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해 저와 가족은 물론, 청각장애인계가 기뻐하고 있다”며 “먼저 보살펴주신 하나님 은혜에 감사드리며 학업을 도와 주신 교수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씨는 “아직도 국내 청각장애인 교육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청각장애인들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희망찬 미래를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마련에 만전을 기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