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 한숨 돌렸다… 2차 구제금융 긴축안 의회 통과, 공은 다시 ‘유로존으로’
입력 2012-02-13 21:41
그리스 의회가 2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조건으로 요구됐던 긴축안을 통과시켰다. 표결이 진행되는 동안 의사당 밖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극렬한 시위가 벌어졌다. 수도 아테네를 비롯 그리스 곳곳에서 유서 깊은 건물과 상점이 최소 45곳 불타고 무더기로 약탈당하는 등 대혼란이 벌어졌다.
◇그리스 의회, 긴축안 통과=그리스 의회는 13일 0시(현지시간) 2차 구제금융 협정과 채무조정 양해각서(MOU) 승인안을 표결에 부쳐 과반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법안은 유로존·국제통화기금이 1300억 유로의 추가 구제금융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요구한 긴축안이 포함돼 있다. 긴축안은 최저임금 22% 삭감과 연금 삭감, 공무원 연내 1만5000명 감원 등을 통해 올해 33억 유로(국내총생산 대비 1.5%)를 포함해 2015년까지 모두 130억 유로를 줄이는 조치를 담고 있다.
루카스 파파데모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의회발언에서 “긴축안을 거부할 경우 맞게 될 파산은 통제할 수 없는 경제적 대혼돈과 사회적 폭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제 공은 유로존으로 넘어갔다. 유로존은 15일 재무장관회의를 열고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격렬한 시위=이날 아테네에서는 8만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긴축안 반대 시위가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한 극렬시위로 이어지면서 적어도 80명이 다쳤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테네 중심에 위치한 극장과 카페·가게·은행 등 45곳이 불타고, 의사당 밖에는 검정 마스크를 쓴 시위대가 등장했다. 1870년대 지어진 네오 클래식 건물인 아티콘 극장과 2차대전 중 게슈타포의 고문장으로 사용됐던 지하의 아스티 극장 등도 화염에 휩싸였다.
무정부주의자로 추정되는 청년들이 상점들을 약탈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시위는 제2도시 테살로니키, 크레테, 코르푸에서도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시위대 67명을 연행했다.
◇소로스, “메르켈, 유럽 오도하고 있다”=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12일 디벨트 암 손타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는 밑 빠진 독을 막아라. 그래야만 우리도 그 독 안에 뭐가 됐든 넣어줄 게 아닌가”라고 강경하게 말했다. 또 그리스가 겪어야 할 고통이 “1990년 통일 후 독일이 경험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리스에서는 혹독한 긴축을 요구하는 독일에 대한 반감이 급격히 늘어나, 이날 시위현장에서도 반(反)독일 구호가 난무했다.
한편 미국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는 이날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불행히도 유럽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유로 위기를 해결하려면 재정 감축이 아닌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그렇지 않으면 미국을 1929년 대공황에 빠뜨렸던 파국이 재현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소로스는 이날 CNN과의 대담에서도 “유럽이 현재 일본식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