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땅, 환호 수놓은 잠비아 기적… 阿네이션스컵 우승

입력 2012-02-13 21:39

지난 1993년 4월27일(이하 한국시간)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

잠비아 축구 대표팀은 아프리카네이션스컵 예선을 치른 뒤 94년 미국 월드컵 예선을 위해 세네갈 행 군용기에 올랐다. 하지만 비행기는 불과 500m를 날아오른 뒤 엔진고장으로 추락했다. 이 참사로 잠비아 최고의 축구 전사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잠비아는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고 결국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그로부터 18년10개월이 흐른 2012년 2월13일. 비극의 장소에 잠비아의 후배들이 다시 섰다. 그리고 아프리카축구 정상에 오르며 선배들의 영혼을 달랬다. 선배들이 허망하게 꿈을 접었던 바로 그 리브르빌에서 말이다.

잠비아의 가슴 아픈 사연이 아프리카 최고의 축구 축제에서 기적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잠비아는 13일(한국시간) 가봉의 수도 리브르빌에서 열린 아프리카네이션스컵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코트디부아르를 8-7로 꺾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1974년부터 이 대회에 참가한 잠비아는 사상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는 영예를 안은 것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잠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71위의 약체였고, 코트디부아르는 디디에 드로그바(첼시) 야야 투레(맨시티) 제르비뉴(아스널) 등 빅리그를 호령하는 스타들이 즐비한 아프리카 최강(18위)이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품이 구리라 해서 ‘구리총알’로 불리는 잠비아 대표팀 23명의 몸값은 총 877만 유로(약 130억원)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코끼리’로 불리는 코트디부아르 대표팀의 몸값은 잠비아의 20배에 가까운 1억6800만 유로(약 2520억원)에 달한다.

이런 기적을 이룬 것은 1993년 비극의 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봉에 도착하자마자 잠비아 대표 선수들은 참사 현장인 리브르빌 해안가로 달려가 먼저 간 선배들에게 힘을 달라고 기도했다.

선배들의 보살핌 덕분인지 잠비아는 4강전에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강호 가나를 제압하는 이변을 연출했고 결승전에서도 코트디부아르를 무너뜨리는 기적을 연출했다.

헤르베 레나르 잠비아 감독은 “1200만 국민이 우리가 리브르빌에 입성하기를 기도했다”며 “하늘에 새겨진 위엄, 알 수 없는 힘이 우리를 도왔다. 신의 가호가 힘을 불어넣었다”고 말했다. 잠비아 미드필더인 이삭 칸사는 “1993년의 비극이 오늘의 선전에 큰 역할을 했다”며 “우리는 유력한 우승후보가 아니었지만 모두 자신을 믿었다”고 기뻐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