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검진 외 ‘내게 꼭 필요한 항목’ 추가를… 건강검진의 계절 ‘맞춤형 선택’ 어떻게 할까
입력 2012-02-13 19:17
“내가 가장 사랑하는 단어는 내시경으로 바뀌었습니다.”
TV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에 출연 중인 록그룹 ‘부활’ 멤버 김태원씨가 지난해 ‘유쾌한 암 검진’ 편에서 초기 위암을 발견, 내시경 수술로 간단히(?) 극복하고 나서 한 말이다.
같은 해 가수 엄정화씨도 건강검진을 받다 우연히 갑상선암을 발견, 즉시 암 절제수술을 받은 바 있다. 두 사람은 현재 재발 위험이 거의 없는 완치 단계다. 김태원 엄정화씨 사례는 건강관리 및 치명적인 질병의 조기발견과 치료에서 건강검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일깨워준다.
건강검진의 계절이 돌아왔다. 새해 업무로 바쁜 연초를 보내고 새봄을 준비하는 2월이야말로 한결 여유를 갖고 자신의 몸 상태를 돌아보기에 가장 좋은 때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는 17일 오후 3시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건강검진의 올바른 이해’라는 제목으로 건강강좌를 개최한다. 강의를 맡은 가정의학과 손기영 교수로부터 건강검진이 건강증진으로 이어지게 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미리 들어봤다.
◇기본검진에 꼭 필요한 한두 개 추가를=국내 병의원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은 한국인의 주된 사망 원인인 암과 심뇌혈관질환의 조기발견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크게 기본검사와 정밀검사 두 종류로 나뉜다.
병원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개 기본검사에는 신체계측(신장·체중·체성분 검사), 혈압 및 시력 측정, 혈액검사, 대소변 검사, 흉부 X선 촬영, 복부 초음파 검사, 위 내시경 검사 등이 포함돼 있으며 여성의 경우 자궁경부암 검사와 유방 X선 검사가 추가된다.
정밀검사는 호흡기, 소화기, 심혈관, 뇌 등 신체 각 분야를 보다 세밀하게 보는 과정이다. 이 검사는 각종 정밀 혈액 검사, 폐암 조기 진단을 위한 흉부 CT 검사, 대장암 선별을 위한 대장내시경, 뇌 MRI 및 MRA 검사, 심장 CT 검사, 골밀도 검사 등을 필요에 따라 추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손 교수는 “효율적인 건강검진을 위해서는 기본검사와 정밀검사를 한데 묶은 패키지형 프로그램을 무작정 선택하기보다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검사가 무엇인지를 따져보고 기본검사에 추가 검사 항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개인별 건강위험도에 맞춰 선택해야=건강검진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똑같은 프로그램을 일제히 받을 이유가 없다. 각자 형편에 따라 개인 맞춤형 프로그램과 시기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흡연이나 음주와 같이 건강에 대한 위험요인을 안고 있는 경우에는 흡연 및 음주 관련 질환을 집중 검사하는 검진설계가 필요하다. 흡연자는 각종 암에 걸릴 확률이 비(非)흡연자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동맥경화도 비흡연자에 비해 급속히 진행되기 마련.
따라서 흡연자라면 건강검진 프로그램 선택 시 폐암을 비롯한 각종 암 검사뿐 아니라 동맥경화로 촉진되는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하는 게 좋다. 만약 가족 중 심근경색이나 협심증과 같은 심장질환을 앓은 경험이 있다면 심장건강에 대한 정밀검사가 필요하다.
복부 비만이 있는 경우에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이나 지방간과 같은 질환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이 경우 심·뇌혈관질환에 대한 추가 검사 여부는 그 결과를 보고 결정하면 된다.
◇40세 이후엔 암종별 정기검진 주기 지켜야=개인별 맞춤 건강검진도 중요하지만 연령·성별에 따라 반드시 필요한 암 검사를 빼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은 악성신생물(암)과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이다. 두 명 중 한 명은 암이나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으로 사망하고 있다. 특히 40세 이후엔 남녀를 통틀어 암이 사망원인 1위를 기록 중이다.
누구도 피하지 못하는 암을 극복하는 길은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그 싹을 확실히 도려내는 것이다. 암은 연령 및 성별에 따라 검사 권장 주기가 있고, 그 기간은 암종에 따라 다르다. 위암은 1∼2년, 대장암은 5∼10년, B·C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에게 흔한 간암은 6개월∼1년이다. 자궁경부암, 유방암, 난소암 등의 여성암 검진 주기는 대체로 1년으로 돼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