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표’ 조선무약 생사 갈림길에… 채권단 반대로 4년째 회생 절차 시작도 못해

입력 2012-02-13 19:14

우황청심환과 위청수, 쌍화탕 등으로 유명한 88년 전통의 한방생약업체 ‘솔표’ 조선무약이 간판을 내릴 위기에 처했다.

13일 제약업계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조선무약 근로자들은 최근 복지부에 ‘국민연금 운용사 케이앤피의 횡포에 대한 근로자들의 호소’라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탄원서에서 조선무약의 담보권 채권자인 국민연금기금 운용사 케이앤피베스트먼트가 지난해 새로운 회생절차 개시를 위한 법원 심리 과정에서 “회사의 미래가 없어 보인다”며 회생절차 자체에 반대하는 의견을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조선무약은 2008년 6월 의약품 도매상의 40억원 부도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처한 뒤 2009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어 2010년 11월 수원지법에 다시 현재의 합자회사를 주식회사로 바꾸는 등 두 번째 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케이앤피의 반대로 지금까지 회생절차가 시작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시중에 우황청심환 물량이 부족해지면서 경영난 때문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우황청심환 가격을 30%가량 올리면서 가수요가 붙어 시중에 물량이 일부 부족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앤피 측은 회생절차가 무의미하고 파산과 경매 외에 공장담보 설정금액 175억원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전체 인원의 25%인 30명 이상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했고 지난해 복지부의 일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허용으로 위청수·솔청수 등 5개 품목이 편의점 등에 풀려 제품 생산량도 2배 이상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현재 공장 부동산 가치가 460억원을 넘기 때문에 공장만 팔아도 케이앤피 채권 등을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조선무약 임직원들은 빠른 시일 내 회생절차를 시작, 영업과 생산 활동을 유지하는 가운데 공장을 옮겨 그 매각 대금으로 케이앤피의 담보채권을 변제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조선무약 관계자는 “케이앤피가 책임지기 싫어 법원에 경매 신청을 하게 되면 100명에 달하는 근로자와 그에 딸린 가족들, 협력업체 직원들의 생계가 어려워지게 된다”며 “근로자와 고용주가 내는 연금보험료로 조성된 국민연금기금은 투기성 외국자본과 달리 단순히 투자금 회수가 목적이 아니라 국가 경제와 국민 복지를 고려한 운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