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달란트로 학원선교 28년 ‘믿음의 과외’… 월말 퇴임하는 부천계남초 황연옥 교사
입력 2012-02-13 19:50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13일 오전. 경기도 부천 중동 계남초등학교 2학년 1반 교실에선 ‘스승의 은혜’가 바이올린 연주에 맞춰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35명의 학생들이 이달 말 명예 퇴임하는 황연옥(60·부천 길가는교회 권사) 선생님의 사랑과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연습한 노래를 선물하고 있었다.
선생님의 앞날을 위해 노래하는 학부모와 아이들, 그 손을 잡으며 함께 기도하는 교사의 기도소리. 이들의 ‘합주’는 바로 ‘천상의 소리’였다. 요즘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권 실종, 학생체벌 등 교사와 학생간의 갈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황 교사는 교계에서 ‘학원 선교사’로 불린다. 28년 동안 제자들을 위해 매일 기도하면서 붙여진 별명이다.
그는 3월 초 학급 담임을 맡으면 시간 날 때마다 반 아이의 신앙 상태를 파악한다. 그리고 학급을 위해 기도하는 ‘어머니기도 후원자’를 세운다. 1차는 여름성경학교, 2차는 성탄절 까지 교회로 인도하는 것이 황 교사의 전도 목표다. 학교 옆 교회의 주일학교 선생님에게도 전도한 아이들의 신앙 양육을 부탁하곤 한다.
수년 전 부천 중앙초등학교 3학년 담임 때는 반 아이들 전원을 교회로 인도한 적도 있다. 그는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의 믿음을 잘 양육시켜 주시길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황 교사가 이렇게 하는 것은 단순히 전도를 하기위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잘 양육하기위해서다.
“1990년 김포에 근무할 당시 학교급식이 없어 도시락을 싸가지고 와야 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공장에서 야근을 하는 가정이 많아 아이들이 컵라면으로 점심을 때우는 것을 보게 됐어요. 이런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풍요로움이라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 이 사역을 시작했고 복음을 전하게 됐지요.”
시집과 수필집, 창작동화집 등 7권을 펴낸 중견 작가이기도 한 황 교사는 방과 후 ‘모자 문예교실’을 91년부터 개설, 자신의 달란트인 글쓰기를 무료로 지도하기도 했다. 이 모임은 문종별 글쓰기, 독서토론, 문집 만들기, 다양한 체험학습 등을 운영하는 데 이런 과외활동을 하며 기회가 주어질 때 마다 지혜롭게 예수 사랑과 복음을 전했다.
그는 학교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했다. 사명과 보람을 느끼던 교직에 언제부턴가 교권이 실추되고 업무량이 많아져 가르침의 보람을 찾기가 힘들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복음을 전한다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때론 그만 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지칠 때마다 주님이 함께 하셔서 새 힘을 얻었다. 많은 분들의 기도로 한결 같은 마음으로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황 교사는 고백했다.
황 교사는 퇴임 후 고향에 내려가 우리말을 잘못하는 다문화가정 엄마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자 문예교실’을 열 계획이다. 최근 부모님이 지으신 한옥생가를 리모델링하고 ‘제2의 학원선교’를 준비하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주님이 허락하시는 마지막 사명이라 여기고 준비한다는 황 교사는 마치 초등학생처럼 환하게 웃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