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뻥튀기’ 자율규제 대폭 강화
입력 2012-02-13 18:50
다음 달 말부터 기업공개(IPO) 주관사의 희망공모가 제시범위 제한, 최고가 우대 배정 금지 등 자율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기관투자자들이 적정가치보다 높은 공모가를 제시하거나 수량만 제시해 시장 최고가로 신청, 공모가를 부풀려온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간 IPO 과정에서 ‘공모가 뻥튀기’가 만연됐던 탓이다.
13일 한국거래소와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소에서 신규 상장된 73개 종목의 수익률 추이는 상장 당일엔 주가가 지나치게 급등했고 이후 급락세로 이어졌다. 이들 종목의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상장 당일 25%에서 1개월 후 13%에 불과했다. 6개월 경과한 종목(46개)의 경우는 수익률이 5%로 떨어졌다.
특히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종목의 비중도 상장 당일 19개(26%), 1개월 후 35개(48%)에 이르렀다. 상장 후 6개월이 경과한 46개 종목 중에는 23개(50%)가 수익률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공모 후 주가 하락으로 상당수 일반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은 셈이다.
공모가 뻥튀기와 공모 후 주가 급락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주간사와 발행사가 공모 희망가격을 처음부터 높이 산정하거나 주관사가 수요예측조사를 할 때 기관투자자들이 공모 물량 확보 차원에서 터무니없이 공모가를 뻥튀기한 탓(그래픽 참조)에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결과적으로 주가하락이 빚어지는 구도 때문이다.
또 하나는 기관투자자들의 단기 차익실현 욕구 때문이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금융투자산업실장은 “공모가 뻥튀기도 문제지만 물량을 대량으로 확보한 기관들이 장기 보유하지 않고 상장 후 곧바로 차익실현에 나서는 게 주가하락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국금융투자협회는 이날 ‘기업공개 수요예측 모범규준’을 제정해 3월 31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주관사인 증권사와 기업공개 대상기업(발행사)이 공모 희망가격을 제시할 때 최고가와 최저가가 주관사 실사를 통해 추정한 적정가의 ±15%를 벗어날 수 없다.
이뿐 아니라 주관사가 공모주식을 배정할 때는 가격을 높게 제시한 기관에 우대 배정하는 기왕의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공모 희망가격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 지금까지는 최고가로 인정해왔지만 이런 관행도 폐지된다. 앞으로 공모가 결정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거나 낮은 제시 가격은 가격 산정 과정에서 아예 배제된다.
5월 1일부터는 수요예측 참여 기관이 원하면 2개 이상의 희망가격을 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물량확보를 위해 기업 적정 가치를 평가하지 않고 무턱대고 최고가를 신청해 공모가가 부풀려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