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전국목회자 인문학 심포지엄 “약자에 희망주는 예언자적 사명 회복을”
입력 2012-02-13 21:35
“그동안 교회개혁을 위해 비판하다 보니 그것이 한국사회의 비판과 오버랩 돼 더 힘들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수행했던 시대적 사명을 소개하고 격려하면서 미래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합니다.”(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선교훈련원(원장 이근복 목사)은 13일 서울 연세대 알렌관에서 ‘에큐메니컬 전국목회자 인문학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정치·경제적 급변기속 한국교회의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것은 정치적 편향성을 극복하고 사회 약자를 돌보는 건강한 선교공동체였다.
‘한국교회의 변화는 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선 이만열, 유종일(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강연자로 나서 역사의식과 사회적 약자보호를 당부했다.
이 교수는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한국교회가 해방 이후 시대적 사명을 잃게 된 것은 반공 사상을 추종하며 재물과 안락, 세습이 보장되는 권력에 함몰돼 기독교적 영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종북 세력이라는 가상의 적을 만들어 타인을 정죄하기보다 희생과 사랑, 화해로 인권과 민주화, 통일, 북한 돕기에서 예언자적 목소리를 내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유 교수는 물질만능의 가치관 속에서 교회가 인간존중의 가치를 전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로 자본의 자유화가 확대되면서 시장만능주의가 팽배해지고 1대 99의 불평등한 사회가 만들어졌다”면서 “인간의 탐욕이 극대화되는 현상 속에서 한국교회는 약자를 보듬으면서 민주화와 사회정의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종화(서울 경동교회) 손달익(서울 서문교회) 목사, 한국일(장신대) 유경동(감신대) 교수 등은 교육문제, 양극화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교회의 역할과 신학을 제시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다종교 사회속 도덕적·영적 지도력과 ‘종말적 희망’을 제시하기 위해선 신뢰성과 책임성을 갖고 생활신앙의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교회는 일치와 협력을 통해 효율적 선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교수는 “한국교회가 타종교에 대한 배타적 의식과 강자의식을 극복하고 나눔과 봉사의 협력선교를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유 교수는 “잘못된 정치신학을 바로잡고 삼위일체·평화신학에 중점을 둬야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 심포지엄에는 불교와 천주교 학자들이 논찬자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불교나 기독교 등은 종교인 과잉 현상에 직면해 있으며, 경쟁적 상황에서 종교성의 퇴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면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천주교처럼 양질의 성직자와 사회·윤리·도덕적으로 인정받는 지도자를 배출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기독교는 아픔을 감내하며 자기성숙의 열매를 맺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면서 “한국사회에서 주류로 평가받는 기독교가 문화 복지뿐만 아니라 정신적 복지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문화적·정신적 토대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박문수 서강대 교수도 “이외수 안철수 김태원 등의 유명 인사들이 소셜 네트워크 공간에서 선포하는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마치 ‘복음’처럼 다가오는 시대가 됐다”면서 “젊은이들이 더 이상 종교적 메시지에 귀기울이지 않는 현상에 대해 종교인은 모두 진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교회가 한국사회에서 ‘어머니’와 ‘교사’역할을 충실히 했지만 시민사회가 성장하면서 ‘이제는 가르치는 역할을 그만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겸손하게 스스로를 비우고 섬길 때 한국사회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