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위원 사퇴 파문] 국민연금 목소리 커지나… 5%이상 지분보유 종목 157곳 증시 ‘큰 손’

입력 2012-02-13 19:03

제1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하이닉스 이사 선임에 영향력을 발휘한 데다 연기금 사상 최초로 하나금융지주에 사외이사 파견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대주주로서 향후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태세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4월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공적 연기금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다짐하면서 달라질 위상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 하지만 그간 국민연금은 거대한 체구만큼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경제개혁연구소의 ‘2011년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연금은 주주총회 안건 2770건 가운데 152건(5.5%)에 대해서만 반대했다. 찬성한 안건은 2618건(94.5%)에 달해 사실상 주총 거수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전체 운용기금의 17.8%인 61조6576억원을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제1기관투자자인데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회사의 수도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157곳이나 된다. 주주로서의 영향력이 막강할 수 있는 배경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공단 전광우 이사장은 최근 장기투자자로서 기업의 책임경영을 위해 의결권 행사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전 이사장은 “국민연금은 국민의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로서 330조원 규모의 기금 가치를 보존하고 높여나갈 의무가 있다”며 주주권 행사가 당연한 권리임을 강조했다.

특히 국민연금의 막강한 기업 지분 비중을 고려할 때 주주권을 잘 활용할 경우 재벌을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사명은 수익률 극대화뿐만이 아니라 가입자의 복지를 지키는 것도 있기 때문에 사회책임 차원에서 재벌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자칫 정부의 재벌 손보기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 등에서 국민연금 주주권 활용의 근거로 ‘권력화된 대기업은 스스로 혁신할 능력이 없다’ ‘삼성전자가 경영진의 안이한 판단으로 아이폰 쇼크에 당황해하고 있다’ 등의 이유를 든 점도 결국 재벌 길들이기 차원 아니냐는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효율적으로 할 정도로 전문성과 통찰능력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