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센터 25시…명의를 찾아서] (5) 국립암센터
입력 2012-02-13 18:30
암 전문 대학원 ‘잰걸음’… “세계 최고 암전문가 육성”
암 전문가 육성을 위한 ‘대학원대학’이 경기도 고양시 일산 국립암센터에 생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의료진이 그야말로 암에 관한 연구만으로 석·박사 학위를 얻게 되는 암 전문대학원 과정이다.
국립암센터 이진수 원장은 “내년 3월 개교 목표로 학부 과정이 없는 국제 암 전문대학원 설립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목적은 암 치료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을 골고루 뽑아 암 전문가로 키우기 위해서다. 국립암센터는 이미 지난해 9월 이와 관련한 ‘국가·특수법인 대학설립 심의위원회’ 심의자료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이 원장은 “다음 달까지 대학설립계획서를 완성하는 대로 교과부에 대학설립인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장차 석사 30명, 박사 10명을 배출해 실무와 이론에 모두 밝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전문가를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계획이 성사되면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 진료·연구는 물론 국가 암 관리사업 수행 및 정책개발 기능에다 암 전문가 양성 교육 기능까지 도맡게 돼 제2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또 부속병원 의료진과 연구소 연구진은 ‘대학교수’ 지위를 덤으로 누리게 된다.
◇항암 효과 신약 및 새 치료법 개발 보급=국립암센터는 우리나라 암 환자 관리 및 국가 암 관리사업을 총괄하는 곳이다. 그 뿐만 아니라 막다른 궁지에 몰린 암 환자들을 직접 진료하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암 정책개발 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새로운 항암제 및 치료법도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립암센터 조직이 연구소와 부속병원, 국가암관리사업본부 등 3개 기관으로 편재돼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암 환자 진료는 당연히 부속병원에서 이뤄진다. 부속병원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암을 중심으로 질환과 기능에 따라 모두 15개의 진료센터를 두고 있다.
먼저 질환별 센터는 위암센터(센터장 김영우·소화기외과), 간암센터(센터장 박상재·소화기외과), 폐암센터(센터장 한지연·호흡기내과), 대장암센터(센터장 오재환·소화기외과), 유방암센터(센터장 강한성·내분비외과), 자궁암센터(센터장 박상윤·산부인과), 특수암센터(센터장 유헌·신경외과), 전립선암센터(센터장 이강현·비뇨기과) 등이 있다. 국립암센터는 최근 소아암센터와 갑상선암센터도 신설했다.
이들 각 센터는 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각 진료 분야의 전문가들이 동시에 협의해 통일된 진료방침을 결정함으로써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거동이 불편한 암 환자들의 이동 거리도 최소한으로 단축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아울러 국립암센터는 질환별 진료센터 외에 임상시험센터, 진료지원센터, 암예방검진센터, 양성자치료센터 등도 별도로 운영, 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신약 개발 및 새 치료법 연구는 물론 암 예방대책 마련을 위한 역학조사 등 암 정책 연구를 실시 중이다.
현재 진료에 참여하는 의료 인력은 총 987명이다. 의사 127명 외에 의학물리학직 3명, 간호사 498명, 약사 23명, 의료기사 187명 등이 일하고 있다. 병상 수는 응급실 25개를 포함해 모두 545개다.
◇연구와 진료업무 연계 체제 구축=국립암센터가 국내의 다른 민간 암센터와 다른 점은 새로운 진단·치료 기술이 실제 암 환자 진료에 가급적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이용될 수 있게 임상연구를 누구보다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를 위해 모든 진료 자료가 연구에 활용되고 새로운 치료법의 연구결과가 암 환자를 돌보는데 신속히 적용될 수 있도록 연구·진료업무 연계 체제를 확실히 구축해 놓고 있다. 그 결과 2005년 총 146편에 그쳤던 국립암센터 의료진과 연구진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재 학술지 발표 논문 수는 2008년 409편, 2009년 476편, 2010년 493편, 2011년 548편으로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신약 및 신 의료기술 개발 관련 특허 출원과 등록건수도 대폭 늘고 있다. 2005년 19건에 불과했던 신규 특허 출원건수는 2010년 84건, 2011년 67건으로 각각 늘어났고, 신규 특허 등록건수도 2005년 8건에서 2010년 15건, 2011년 34건으로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에는 국립암센터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RET 유전자 검사용 마이크로칩, 새로운 소세포폐암 치료법, 역시 세계 최초로 규명한 스모(SUMO) 유전자를 타깃으로 삼아 개발한 표적 항암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복강경 수술로봇 제작 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
◇양성자치료기 등 첨단장비로 암 치료율 향상 선도=국립암센터 부속병원은 기존의 종합건강검진 프로그램에 한국인 주요 암에 대한 포괄적 검진 항목을 추가한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암 발생 위험도에 따른 특화 검진 서비스를 제공하고, 암 전문의가 위·대장 내시경 등 각종 검사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수검 환자에 대한 친절한 상담은 기본이다. 국립암센터 의료진은 일반적인 건강검진 프로그램이라고 하더라도 이상 발견 시 확진과 치료를 위해 수검자를 해당 진료센터와 원스톱으로 연결, 최단시간 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꿈의 항암 치료기로 불리는 양성자치료기, 토모치료기, 세기조절 방사선치료기, 컴퓨터단층 모의치료기, 양전자단층촬영기, 다빈치 로봇 등 최첨단 의료장비도 거의 모두 구비해 놓고 있다.
또 국립암센터는 암 환자 진료 편의 향상 및 부속병원 환경 개선을 위해 앞으로 7년 동안 노후 시설 보수 및 병동 증축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1∼2단계 작업으로 올 연말까지 중환자실을 증축하고 수술실 및 외래주사치료실을 리모델링한다. 이어 2015년까지 3년에 걸쳐 말기 암 및 희귀질환 환자들 진료를 확대하기 위해 300병상 정도를 더 늘릴 예정이다.
이 공사가 마무리될 경우 국립암센터는 총 850병상 규모의 부속병원을 갖게 된다. 이 원장은 “우리 국민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암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진수 원장은
△전북 익산 △서울대 의대 졸업(1974년) △서울대 보건대학원 박사학위(2007년) △미국 시카고 노스웨스턴대 의대 세인트조지프 병원 내과 레지던트(1979∼1982년) △MD앤더슨병원 암센터 전임의 및 흉부·두경부 종양내과 교수(1982∼2001년) △국립암센터 부속병원장(2001∼2004년) △국립암센터 연구소장(2006∼2008년 5월) △국립암센터 원장(2008년 6월∼현재)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