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우리 교육의 현실을 꼬집다… 조정래 감독의 ‘두레소리’

입력 2012-02-13 18:11


영화 ‘두레소리’(조정래 감독)는 서울 시흥동 국립전통예술고등학교의 국악 합창동아리 ‘두레소리’ 창단에 얽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독립영화다. 제작비는 8000만원이 들었다. 민요와 판소리를 전공하는 단짝 친구 김슬기와 조아름을 중심으로 이 학교에 새로 부임한 서양음악 전공의 작곡 선생이 3학년 학생들과 합창 수업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문제 학생들의 부족한 출석일수를 메우라는 학교장 지시로 여름방학 보충수업 형식으로 시작된 합창 수업은 국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선생, 억지로 끌려온 아이들의 반감으로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하지만 대학입시에 지친 아이들이 갖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합창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면서 영화는 드라마틱하게 전개된다.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국악에 빠져 판소리 ‘고수’로 살아온 조정래 감독은 2009년 이 학교 졸업생들의 사연을 전해 듣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재학생인 후배들에게 선배 역을 맡겨 다큐멘터리와 같은 생생함을 연출해냈다. 조 감독은 “입시, 과외, 대학 이 세 단어로 모든 삶이 규정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청소년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영화는 대입 준비 외에는 어떤 것도 허락되지 않는 우리 교육의 현실을 날카롭게 짚어내 이런 환경을 만들어낸 어른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작곡 교사이자 합창동아리 창단의 주역인 함현상 선생이 국악과 양악의 퓨전 형식으로 만든 합창곡을 아이들이 부르는 장면에서 큰 울림을 준다. 김슬기 조아름 등 아마추어 연기자들의 풋풋한 연기도 신선하다.

지난해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선정한 최고 작품에 주어지는 ‘시선상’을 받았으며,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한국 음악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개봉은 상반기 중으로 예정돼 있으며, 오는 19일까지 서울 대학로 원더스페이스 세모극장에서 합창동아리 학생들의 공연과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두레소리 시네마 뮤직 토크’가 열린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