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리쥔 ‘美총영사관 진입’ 숨가빴던 24시간… 할머니로 변장, 일반·공안車 바꿔타며 극비 이동
입력 2012-02-13 19:31
왕리쥔(王立軍) 충칭 부시장이 지난 6일 저녁 청두(成都)에 있는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갈 때부터 7일 저녁 이곳을 나올 때까지 진행된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반체제 사이트 보쉰(博訊)이 전하는 전후 극적인 상황은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이 기간 동안 미국 총영사관과 게리 로크 주중 미국 대사, 백악관 사이에는 상황 보고와 대응 지시가 긴박하게 이뤄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지난 7일 시 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사이에 이뤄졌던 전화 통화에서도 왕리쥔 문제를 논의했을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관측했다.
먼저 왕리쥔은 지난 6일 오후 5시쯤 거주지에서 자기를 추적하는 보시라이 측 감시조의 경계가 소홀한 틈을 타 할머니로 변장한 채 일반차량과 공안차량을 번갈아 타고 청두로 향했다. 그가 총영사관에 진입한 시간은 저녁 9시 무렵이었다.
왕리쥔은 미국 총영사관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보시라이가 교통사고를 일으키거나 실종되게 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살해하려 한다는 다른 사람의 진술이 담긴 영상자료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에 총영사관 측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밤 11시쯤 베이징에 있는 로크 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보고를 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7일 오전 5시. 로크 대사는 “백악관이 왕리쥔의 망명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청두 총영사관에 정식 통보했다. 로크 대사는 이날 오전 8시에는 중국 측에도 왕리쥔이 청두 미국총영사관에 있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중국 당국은 즉각 국가안전부로 하여금 청두로 가서 왕리쥔을 끌고 오도록 했다.
이 무렵 보시라이는 베이징에 있는 자신의 ‘끄나풀’을 통해 왕리쥔이 미국 총영사관에 들어간 사실을 알고 황치판(黃奇帆) 시장에게 현장으로 가서 왕리쥔 신병을 확보토록 지시했다. 황 시장은 경찰차량 70대를 동원해 충칭에서 3시간이나 걸리는 청두까지 관할 지역을 벗어나 달려갔지만 국가안전부 간부들 앞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 “중국 정부 눈치 보느라 왕리쥔에게 망명을 허용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나 로라바커(공화, 캘리포니아) 의원과 워싱턴 타임스 탐사기고가 빌 거츠가 이렇게 지적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