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의결위원 사퇴 파문] 최태원 사내이사 선임 배경… “힘있는 오너 나서야 책임경영 가능”

입력 2012-02-13 19:03

SK그룹은 13일 최태원 회장의 하이닉스반도체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는 데 대해 당혹해했다. 그러면서도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하이닉스의 미래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힘있는 오너가 경영 전면에 나서야 신속한 투자결정과 책임경영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다수 주주들도 하이닉스가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반도체를 영위하는 업종이니 만큼 최 회장이 이사로 참여하는 것이 신속한 의사결정이나 과감한 투자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또 새로운 업종에 진출할 경우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책임경영 차원에서도 최 회장이 이사를 맡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에 공감하고 있다.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도 주총에서 과거 10여년간 하이닉스가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것이 대주주의 적극적인 경영참여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최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폈다. 최 회장 이사선임에 찬성의견을 낸 위원들도 주주가치 제고 방향에 주목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 위원은 “검찰에 기소됐다는 이유나 과거 전력만을 보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현재 주가가 오르고 있고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하이닉스가 올해 2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도 최 회장이 결정한 것이다. 하이닉스 임직원과 노조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몇 안 되는 의결권 자문위원들이 머리만 맞대고 있어서는 안 되고 투자자의 기대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이 법적으로 이사선임의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이 부분이 지나치게 강조됐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 회장은 현재 SK와 SK이노베이션, SK C&C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통신과 정유 두 업종을 주력으로 해온 SK그룹으로서는 관련 산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내수 기업으로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캐시카우(현금창출원)를 찾기 위해 반도체 산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최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등 그룹 경영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하이닉스 인수를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14일 SK텔레콤의 주식대금 납입이 완료돼 하이닉스 인수가 마무리되면 최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돌발변수가 등장하면서 일정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최 회장이 하이닉스 경영을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 논란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뒤 하이닉스 경영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희 기자 mh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