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서기호 판사 재임용 탈락 역성들 일 아니다
입력 2012-02-13 18:31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고 썼던 서울북부지법 서기호 판사의 재임용 탈락 이후 법원 안팎에서 그를 응원하는 글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급기야 일부 현직 판사들도 법원 내부통신망에 글을 올려 대법원을 성토하는 분위기다. 동료 법관의 재임용 탈락을 아쉬워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법원이 흔들리면 사회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그를 옹호하는 글은 대부분 재임용 심사 절차가 공정하지 않아 연임제도가 대법원의 판사 길들이기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며 비판적 견해를 표출한데 따른 보복이 아니냐는 것에 모아진다. 주목되는 점은 서 판사 스스로 공개한 낮은 점수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법관평정제도는 1995년 도입된 이래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차례 바뀌어 대다수 법관들은 별 이의를 달지 않고 있다. 근무성적 평정은 각 법원장이 사건 처리율과 처리기간 상소율, 파기율 및 파기 사유 등을 고려해 점수를 매긴다. 자질평정은 성실성, 청렴성, 친절성 등을 참고한다. 연임 불가 사유도 신체 또는 정신상 장해로 판사로서 직무수행이 불가능한 경우,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할 경우,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로 못 박아 놓고 있다. 서 판사가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법관 연임제도 시행 이후 오직 5명만 재임용에서 탈락할 정도로 비교적 통과가 쉬운 장벽을 그는 넘지 못했다. 따라서 문제는 서 판사 자신에 있는 것이지 제도 자체에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 아닌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서 판사 재임용 탈락을 두고 인사제도의 미비나 불공정 문제를 제기한다면 법관 스스로 조직에 욕을 보이는 것이다. 많은 법관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제도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그를 편드는 법관들은 본연의 임무인 재판에 충실하는 것이 옳다. 그것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