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음료컵에 ‘찢어진 눈’ 그린 스타벅스
입력 2012-02-13 18:27
스타벅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전문점이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출발한 이후 세계 57개국에 진출해 수만개의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국내에도 1999년에 1호점을 낸 후 45개 도시에 400여개의 점포를 둘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스타벅스는 윤리경영을 하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스타벅스 홈페이지에는 세계 최대의 공정무역 인증업체로 18만5000여 커피농가를 지원한다고 자랑하고 있다.
이런 다국적 회사가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인 것은 심히 유감이다. 스타벅스는 주문을 받으면 컵에 고객의 이름을 적는데, 미국 애틀란타 매장의 한 백인 종업원이 한국인 고객의 음료컵에 아시아인을 비하하는 의미의 ‘찢어진 눈’을 그렸다는 것이다. 종업원을 단순한 피고용인이 아니라 파트너로 인정하는 스타벅스의 경영방침을 정면으로 위배했다고 볼 수 있다.
문제가 생긴 이후에 보인 스타벅스의 태도도 실망스럽다. ‘찢어진 눈’은 종업원과 매니저에게 사과를 요구했으나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항의를 받은 본사 또한 “원하면 스타벅스 상품권을 주겠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한다. 스타벅스 측은 뒤늦게 사과하고 종업원 해고 사실을 밝혔지만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인간적인 유대”를 지향하는 자사의 사명선언서를 휴지조각으로 만든 뒤였다.
미국인의 인종차별적 행위는 올 초에도 있었다. 뉴욕 맨해튼의 파파존스 종업원이 한인 여성에게 이름 대신 ‘찢어진 눈을 가진 여성(lady chinky eyes)’ 글이 적힌 영수증을 전달해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에도 파파존스 본사는 자사 트위터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문제의 직원을 해고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다양한 인종이 섞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용광로’라고 내세우는 미국이 언제까지 이런 유치한 인종차별 행위를 계속할 것인지 캐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