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좋은 울음이란

입력 2012-02-13 18:07

夫大塊噫氣

其名爲風

是唯無作

作則萬窺怒號

대지가 쉬는 숨을

바람이라 한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고요하지만

바람이 불면 세상의 모든 구멍이 세차게 운다.

‘장자(莊子)’ 제물론(齊物論)


대숲은 바람을 만나 울고, 시내는 여울을 만나 운다. 새는 노래로 울고, 먹구름은 천둥으로 운다. 세상 모든 것이 우는 속에 시인은 시로 운다.

장자는 말했다. 대지가 내뿜는 숨이 바람이다. 바람이 불면 세상의 모든 구멍이 세차게 운다. 큰 고목의 옹이 구멍에서 물 흐르는 소리, 화살 나는 소리, 노한 소리, 외치는 소리, 아우성 소리, 맑은 울림의 소리가 난다. 앞의 옹이가 우웅우웅 울면, 뒤의 옹이가 오오 하고 따라 운다. 바람이 자면 모든 구멍들은 고요히 텅 빈다.

당나라의 대문장가 한유(韓愈)는 장자의 이 말에서 영감을 받아 ‘불평즉명(不平則鳴)’, 곧 평온하지 못하면 운다는 특유의 문학이론을 내세웠다. 바람이 불어 구멍 안의 공기가 평온히 있지 못하고 요동을 치면 고목의 옹이가 울 듯, 시대가 불안하면 시인들이 운다는 논리이다.

그래서 한유는 말했다. 초나라가 망할 때에는 굴원이 울었고, 한나라 때에는 사마천이 울었고, 당나라 때에는 이백과 두보가 울었다고. 한유가 말한 불평(不平)이란 시대의 불안함이요, 시인의 곤궁함이다. 이 말을 송나라 구양수가 받아 벗 매성유(梅聖兪)에게 ‘곤궁한 뒤에야 절창이 나온다(詩窮而後工)’고 하였다.

그러나 불평이 꼭 불안함과 곤궁함일 필요가 없고, 울음이 꼭 비분강개의 울음일 필요도 없다. 평정상태가 깨어진 모든 상태-환희, 슬픔, 열락, 분노가 모두 불평이고, 발산되는 모든 동작-파안대소, 외침, 절규, 발구르기, 글쓰기가 모두 울음이다. 울음 가운데 어떤 것이 좋은 울음일까. 율곡은 벗 최립(崔?)에게 ‘사람이 소리를 내어 남들에게 좋게 들리고, 남들에게 좋게 들려 글로 표현되며, 글로 표현되어 정도(正道)에 합치된 것을 좋은 울음이라 한다. 좋은 울음을 울기가 참으로 어렵다’ 하였다.

바람이 불어오는 들녘에 서서 묻는다. 세상의 바람이 내 몸을 스쳐 불어갈 때, 나는 어떤 울음을 울 것인가?

이규필(성균관대 대동문화硏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