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순례자] (22) 이런 날도 있습니다
입력 2012-02-13 18:21
비바람 거세게 몰아치는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눈보라 사납게 몰아치는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험한 산 힘겹게 넘는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깊은 강 위태하게 건너는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손톱 곧추 세운 매서운 추위와
싸우는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불같은 더위와 싸우는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캄캄한 골짜기를 지나는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지치고 힘겨운 날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런 날도 있습니다.
꿈같은 날도 있습니다.
주님과 함께 봄꽃 만발한
동산을 거니는 날도 있습니다.
실바람 한줄기 스치는
바위에 걸터앉아 주님과
함께 고즈넉이 봄하늘
바라보는 날도 있습니다.
주님이 앉으신 바위는
왕의 상(床)이고 주님의
몸에서는 몰약 향이 납니다(아 1:12,13).
나도 왕의 상(床)에 앉았습니다.
이런 날도 있습니다.
꿈같은 날도 있습니다.
그림·글=홍혁기 목사<천안 낮은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