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독의 미디어 제국 ‘벼랑끝으로’… ‘더 선’ 기자 5명, 경찰에 뇌물 제공혐의로 또 체포

입력 2012-02-12 19:25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코퍼레이션’에 대해 영국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해킹사건과 관련된 일련의 의혹들을 강도 높게 수사하고 있어 머독 회장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런던 경찰국은 11일(현지시간) 머독이 소유한 영국 타블로이드 일간지 ‘더 선(The Sun)’의 기자 5명을 경찰에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날 새벽 더 선 기자들의 자택을 급습해 체포했으며 이들 외에 국방부 관리와 군 관계자, 경찰관 등 3명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이는 지난달에도 4명의 전·현직 더 선 기자들이 체포된 데 이은 것으로 이 회사의 존립 여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뉴스코프 측이 이날 성명을 내고 이들 기자들의 혐의 사실과 관련된 자료를 경찰에 넘겨줬다고 밝혀 영국 내 기자협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국기자노조의 미셸 스태니스트리트 사무국장은 “머독이 또다시 회사 명성을 살리기 위해 기자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뉴스코프 측이 경찰 수사에 협조하려는 것은 영국뿐 아니라 미국 당국도 지난해 7월 발생한 ‘뉴스오브더월드’ 해킹사건의 수사 강도를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는 같은 달부터 이 사건에 대한 예비조사를 벌여왔으며, 미 증권관리위원회(SEC)도 뉴스코프가 이 사건으로 취한 이득이 얼마나 되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미 당국 조사 방향은 뉴욕에 본부를 둔 뉴스코프가 해외범죄법(FCPA)을 위반했는지에 쏠려있다. 이 법은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해외에서 뇌물을 준 혐의가 인정될 경우 벌금부과와 함께 최소 5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영국 더 선 기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 중인 것도 미국 측의 사법적 판단에 영향을 줄 것임이 분명하다. 뉴스코프가 영국 경찰에 더 선 기자들 정보를 제공한 것은 수사 협조 시 책임을 경감토록 한 FCPA 법 조항을 이용한 머독 측의 꼼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미 당국의 수사 확대는 평소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책에 사사건건 반기를 들었던 뉴스코프 소속 언론인 폭스뉴스와의 악연도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