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라운지-정원교] “북한에 변고”… 진원지는 中 웨이보
입력 2012-02-12 19:24
“김정은이 암살됐다.”
북한에 변고가 생겼다는 소식이 지난 주말 전 세계를 또 한차례 긴장하게 만들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가 발단이었다.
김정은 북한 인민군최고사령관이 10일 새벽 2시45분 베이징에 있는 북한대사관 숙소에서 무장 괴한들에게 암살됐다는 글이 같은 날 시나 웨이보에 뜬 것이다. 이 글은 “괴한들은 경호원들에 의해 사살됐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유심히 읽어보면 허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금방 판단할 수 있다. 김정은이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베이징 한복판 북한대사관에 나타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하지만 전파력은 대단했다. 웨이보와 트위터를 통해 이 ‘뉴스’는 금방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가짜 BBC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러한 내용이 유럽 등으로 전파되기에 이른 것. 이에 BBC 측은 관련 계정을 삭제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보도를 보면 상황이 정리가 된다. 즉 북한대사관 주변에서 일하는 한 남성이 “북한대사관에 빠르게 차가 늘고 있다. 현재 30대가량 있다. 북한에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라는 글을 웨이보에 올리자 ‘김정은 암살설’로 확대 재생산됐다는 것이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중국 지도부는 북한을 ‘관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일반 국민들의 생각은 이와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소동이 빚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북한처럼 문제가 많은 나라에 중국은 왜 공을 들이고 있나”라며 못마땅해하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보당국이 “한반도에서 특이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확인한 것도 혼란스러운 상황을 잠재우는 역할을 했다. 북한대사관에 차량이 많이 몰려들었던 것은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 70회 생일(2월 16일)을 앞두고 이를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김 최고사령관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루머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4일에는 쿠데타가 발생했다는 설이, 27일에는 김정은이 체포됐다는 설이 각각 웨이보에 떴다. 이 같은 ‘북한 변고’ 소식은 김정일 통치 시절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심심찮게 터져 나올 것이다. 주목되는 점은 그 진원지가 중국의 웨이보라는 사실이다.
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