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잡귀 쫓는다” 이틀 구타… 자녀 3명 죽인 비정한 부부

입력 2012-02-12 20:56

전남 보성경찰서는 12일 잡귀를 쫓는다면서 감기를 앓는 자녀 3명을 허리띠와 파리채로 때리고 밥을 주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로 보성읍 옥평리에서 H파 교회를 운영하는 박모(43)씨와 부인 조모(34·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부부는 “자녀들 몸에 잡귀가 붙어 이를 몰아내야 한다”며 지난 1일부터 이틀간 3남매에게 가혹행위를 해 이들을 숨지게 했다는 것이다. 박씨 부부의 자녀 2남 2녀 가운데 큰딸(10·초등3), 큰아들(8·초등1), 둘째아들(5)은 11일 오전 9시50분쯤 박씨 교회에서 숨진 채 고모부 이모(55)씨에 의해 발견됐다. 숨진 3명은 당시 옷을 입은 채 나란히 방에 누운 자세였다. 막내딸(1)은 고모집에서 돌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조씨는 당초 경찰에서 자녀 4명이 모두 감기 증세를 보였고, 이들 중 3명이 폐렴증세로 사망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의 추궁에 조씨는 “숨지기 전인 지난 1일 두 차례 체벌을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큰딸은 지난 1일 오후 10시쯤, 큰아들은 2일 오전 5시쯤, 둘째아들은 2일 오후 7시쯤 숨진 것으로 추정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부부의 금식기도로 인해 자녀들이 지난달 23일부터 음식물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혹행위와 금식이 사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씨는 정식 목사 안수를 받지 않고 2009년 3월부터 교회를 운영해 온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최용준 보성읍교회 목사는 “문제의 교회는 정통 기독교 교회가 아니며 지역에선 기독교연합회 활동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씨 부부는 숨진 자녀들을 살린다며 수일째 외부와 연락을 끊고 자녀의 시신 옆에서 기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검거되기 전까지 수요·일요예배를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성=이상일 기자